전문가 10명 유망종목…자동차·유통 등 선전할듯
악재 반영으로 주가 낮아진 금융·반도체도 눈길
악재 반영으로 주가 낮아진 금융·반도체도 눈길
최근 증시의 가장 큰 특징은 순환매 현상이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이 주식시장을 이끌던 올 상반기와 달리 뚜렷한 주도업종이나 대표주 없이 모든 업종과 종목이 고루 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호재가 없기 때문에 개인들이 시장에 참여하기 애매한 상황이기도 하다. 순환매 현상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해 보고, 이를 헤쳐갈 유망업종을 모색해 본다.
■ 순환매 현상 왜? 순환매 현상의 가장 큰 배경은 최근 주식시장의 강세를 이끌고 있는 외국인과 유동성이다. 경기 이중침체(더블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선진국들의 돈다발 풀기 작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이 신흥시장에 몰려들면서 특정 종목보다는 시장 전반을 순매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주 만에 100 넘게 오를 정도로 단기간에 지수가 급등함에 따라 실적 대비 주가가 하단에 있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빠른 순환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금이 풍부해지면 기존 주도업종에서 주변업종으로 시세 분출이 확산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이런 업종별 순환매를 통해 키 맞추기 과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종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상승으로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생긴데다, 경기가 둔화하는 등 거시 환경이 좋지 않아 주도업종이 형성되기 힘든 상황”이라며 “유동성이 시장의 원동력이 되면서 주가가 낮은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펀드 순유출 현상과, 시장의 주도세력으로 떠오른 자문형 랩의 공세적인 투자 행태도 원인으로 꼽힌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드 환매로 투신권의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자문형 랩의 집중적인 투자형태로 순환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수익률 제고를 위해 종목을 선점하고 차익 실현을 빠르게 가져가는 게 자문형 랩의 투자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임진균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비즈니스센터장은 “외국인은 시장 전반을 순매수하는데 투신은 펀드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이 난 종목과 업종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투신권이 팔지 않는 업종과 종목이 순환매에 따른 주도주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 순환매 이길 투자 전략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환매 현상을 염두에 둔다면 특정 업종보다는 고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가 환율이다. 환율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므로, 일단 수출주보다는 내수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진균 센터장은 “아시아 지역 통화도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중국 내수 확대의 덕을 보는 자동차, 화학, 유통 등의 아시아 내수 업종이 주도주 구실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올 연말의 경우 아시아 통화 가치 절상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아시아 내수주, 항공이나 유통, 증권, 유틸리티(전기, 가스) 등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자동차, 화학, 유통 등 아시아 내수소비 성장 모멘텀으로 소비재 중심 강세”를 전망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주를 꼽는 전문가도 많았다. 은행의 경우 올해 저조한 실적으로 주가가 충분히 낮아졌으며, 부동산 피에프(PF) 부실이 상당 부분 충당금에 반영된 만큼 앞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기준 금리가 인상될 경우 은행뿐 아니라 보험업종도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이미 상당히 올라 있어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실적) 수준도 고려해야 할 때”라며 “영업실적 증가율도 양호하면서 밸류에이션으로도 부담이 없는 업종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대상 업종으로 반도체, 항공, 정유, 자동차, 은행을 들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망업종으로 정보기술(IT) 업종을 꼽으면서 “하반기 세계 수요 감소 우려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으며, 소재나 산업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바닥 수준”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정보기술 업종에 대해 “2010년의 상대적인 부진에 비해 하반기로 갈수록 이익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 업종과 함께 상반기 증시를 달궜던 자동차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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