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코스피 추이
원화 강세, 외국인들 매수세로 이어져 ‘주가 청신호’
수출업종 타격…환율 급락땐 주가 조정국면 올수도
수출업종 타격…환율 급락땐 주가 조정국면 올수도
원-달러 환율이 2008년 9월 이후 약 30개월 만에 1100원대를 하향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지선으로 작용해온 1100원대가 무너졌기 때문에 원화는 추가 절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도 대규모 자금을 풀고 있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원화 강세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환율 변화가 주가에 끼치는 영향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지금은 외국인의 한국증시 대거 순매수가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단서는 과거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화 강세 국면에서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과 상황이 유사한 2004년 10월, 환율이 강력한 지지선이던 1140원을 뚫고 내려가며 이후 1000원까지 급격히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에 코스피는 850 수준에서 출발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말했다.(그래프 참조) 원화 강세와 주가 상승이 동행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또 2003년 3월 이후 환율과 코스피의 상관관계는 -31.2%, 2009년 3월 이후로는 -84.1%를 기록하며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매매차익과 더불어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도 원화 강세 국면에서 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을 뒷받침한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원화 강세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와 동반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2009년 이후 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고 외국인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관건은 환율의 절대 수치보다 하락 속도에 있다. 전문가들은 하락의 경사가 너무 가파를 경우 증시는 조정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환율이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하락하면 수입물가 상승 부담을 일정 부분 흡수해줄 수도 있다.
원화 강세 때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과 주요 품목에서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일본의 엔화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환율 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는 미국과 중국 등으로 수출 물량을 확대하면서 충분히 극복 가능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증시 주도주의 단기급등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원화 강세 때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철강, 음식료, 정유, 항공 등의 업종을 추천한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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