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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단물 빠진 주식시장 ‘뒷북 개미들’ 탈날라

등록 2011-05-16 22:11

5월 외인 1조7천억 매도…개인은 2조5천억 사들여
주식형펀드도 순유입 전환…‘장밋빛 전망’ 주의보
증시가 5월 들어 5% 넘게 빠지며 조정장세로 접어들었지만 개인들의 주식매수 열기가 과열돼 주가가 추가로 떨어지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 12일 증시에선 외국인과 개인이 보기드문 ‘혈전’을 벌였다. 이날 사상 최대의 프로그램 매물 폭탄에 가렸지만 개인의 순매수 규모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외국인과 개인의 매매공방은 16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의 올 누적 순매도는 2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개인은 이달에만 2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여 올 누적 순매수 규모는 4조780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을 개인이 모두 받아먹은 셈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이달 2~13일까지 기관과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산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2.9%, -3.6%인데, 같은 기간 개인이 많이 산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10.3%로 격차가 크다. 개인들은 기관과 외국인이 차익 실현을 위해 내다 판 자동차와 화학주를 대거 주워담았다.

개인의 왕성한 주식 매수를 뒷받침하는 유동자금은 통계로 확인된다. 지난달 19일 사상최대치인 17조4314억을 기록한 뒤 잠시 주춤했던 고객예탁금은 지난주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12일 기준 16조3323억으로 지난해말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잔고도 6조8203억으로 역대 최고치인 2007년 6월의 7조105억원을 넘보고 있다. 신용융자는 대체로 지수 움직임을 뒤따른다. 이번에도 신용잔고가 최고치 수준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지수가 먼저 꺾여 주가가 상투를 친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던 국내 주식형펀드의 설정액도 8주 만에 순유입으로 전환되며 늘어났다. 물론 환매가 줄어든 데도 원인이 있지만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직후의 조정기보다 더 많은 자금이 들어와,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인기몰이를 해온 투자자문사의 랩어카운트 평가액은 40조원을 넘어섰고 자문형 랩 잔고는 8조원이다.

이런 개인의 직·간접투자 급증엔 증권사들의 장밋빛 증시 전망이 일조를 하고 있다. 요즘 증권사 리포트는 웬만한 악재는 평가절하하기 일쑤다. 국제원자재값 하락도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켜 증시에 약이 될 것이라는 아전인수식 의견이 많았다. 지난주 지수 급락이 있기 직전에 코스피가 19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던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는 사실은 지금 여의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또 증시 과열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유사 투자자문업체의 상술도 개인을 유혹하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대박주 추천’이란 제목으로 메신저를 날려 유료회원에 가입시킨 뒤 추종매매를 유발해 피해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승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팀장은 “최근 시세조종 혐의가 있는 종목엔 투자자문업체의 개입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증권 커뮤니티나 인터넷 카페를 통한 종목 추천에 현혹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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