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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농협 이어 NH증권도 거래정보 유출 ‘전산사고’

등록 2011-06-17 20:34수정 2011-06-17 21:30

엔에이치(NH)투자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시세조회용 화면에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자 이름과 계좌번호, 체결 종목·가격, 거래량 등 구체적인 내역이 노출됐다.  사진 제공 <한국경제신문>
엔에이치(NH)투자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시세조회용 화면에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자 이름과 계좌번호, 체결 종목·가격, 거래량 등 구체적인 내역이 노출됐다. 사진 제공 <한국경제신문>
두차례 걸쳐 5000건 이상 투자자 이름 등 노출
HTS 교체뒤 전산장애 잦아…관리문제 있는듯
엔에이치(NH)투자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투자자 매매내역이 수시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4000건이 넘는 투자자 매매내역이 온종일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데다, 이달 2일에도 1000건이 넘는 고객 매매내역이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회사는 지난 2일 사고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전산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야 발견했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11월 새 시스템을 도입한 뒤 빈번한 장애를 겪고 있어 전산 시스템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은 16일 오후 시세조회용 트레이딩시스템의 오류로 다른 투자자들의 거래내역이 실시간으로 노출됐다고 17일 밝혔다. 투자자 이름과 계좌번호, 체결 종목·가격, 거래량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화면의 ‘체결알림판’ 창에 떴다. 이에 따라 당시 시세조회용 준회원으로 접속한 고객들은 다른 투자자의 거래 정보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시세조회용은 계좌나 공인인증서가 없는 투자자가 접속하는 방법으로 매매 등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체결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시스템인데도 다른 사람의 거래 내역까지 통보되는 엉뚱한 전산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오후 특정시간에만 정보가 유출됐다는 회사 쪽의 애초 주장과는 달리 고객 정보 유출은 이날 온종일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증권사 전산팀 관계자는 “오류를 잡으려면 시스템을 정지시켜야 하는데 장중에 홈트레이딩 거래가 중단될 경우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게 뻔해 엄두도 못 냈다”며 “주식시장 개장부터 종료 시간까지 무방비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이 증권사의 하루 체결량은 4만건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에는 시간외 거래 시간인 오전 8시20분부터 50분 가까이 같은 장애가 일어나 1003건의 투자자 정보 유출이 이뤄졌다.

이날 사고 원인은 주식체결 서버의 오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증권사 아이티(IT)센터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실시간 체결을 받는 서버가 고객의 아이디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은 코스콤 공동전산망을 사용하다가 지난해 11월 자체 시스템으로 바꿨으며, 이후 전산장애가 수시로 발생했다. 새 시스템 가동 첫날인 지난해 11월22일에는 시스템 불안으로 1시간가량 매매 주문이 나가지 않았다. 그뿐 아니다. 지난해 4분기 39개 증권사의 전산장애로 인한 분쟁 사례는 모두 238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무려 71%인 168건이 엔에이치투자증권에서 일어났다. 올 1분기에도 전산장애 분쟁이 18건으로 거래가 많은 대형 증권사들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이 사용하는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는 ㅌ사 제품이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 업체 선정을 놓고 내부에서 우려가 많았는데 비용을 고려해 이 회사 제품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제품을 쓰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에서는 이런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자체 관리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은 농협중앙회와 전산망이 분리돼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지난 4월 사상 최대 금융 전산사고를 겪었던 터라 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필요하면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엔에이치투자증권은 이날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온라인 매체 서비스를 중단하고 네트워크 점검에 들어갔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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