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수출의존도 높아
미·중 경제지표에 민감 반응
미·중 경제지표에 민감 반응
“이번에도 불은 대서양에서 일어났는데 왜 우리만 더 얻어맞나?”
4일 중국·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전날 미국 증시가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로 9일 만에 반등했다는 소식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급락세는 멈추지 않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47.79(2.31%) 떨어지며 2018.47로 밀려나 사흘 동안 무려 153(7.1%)의 낙폭을 기록해 아시아는 물론 세계 신흥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내렸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4391억원어치를 내다 팔아 사흘 동안 1조6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시장에선 유럽계에 이어 일부 미국계 자금의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달러화로 환산한 코스피는 여전히 높아 글로벌 펀드에서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엔화가 약세로 급반전하고 있는 점도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주력 수출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일본과 한국 증시가 반대로 움직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지수는 기업 이익을 고려할 때 저평가됐지만 미국과 유럽의 부채 충격이 한국 등 신흥국 경제를 동반 침체로 몰아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추가 양적완화나 새로운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현재로선 무리라는 분석이 많다. 인플레이션 부담으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돈을 푸는 카드를 다시 꺼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국내 물가에 대한 부담도 악재다. 다음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국내 물가가 5% 가까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본 대지진 때도 코스피는 2000을 회복했다는 사실과 과거 대외변수에 취약했던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있는 점은 한가닥 희망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미국의 경기 반등 신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현 상황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는 많이 싸졌지만 9월까지는 투자심리를 호전시킬 만한 대외 재료가 없어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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