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국외자금 이탈 가속
절반 차지…채권도 팔아
미국계도 9513억 순매도
본격 한국탈출 여부 촉각
코스피 어제 24.13 내려
절반 차지…채권도 팔아
미국계도 9513억 순매도
본격 한국탈출 여부 촉각
코스피 어제 24.13 내려
8월 들어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금액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이들이 한국 증시를 본격적으로 탈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3114억원을 팔아치워 이달 들어 순매도액은 5조3000여억원에 이르렀다. 코스피는 24.13(1.33%) 내린 1793.31로 장을 마쳐 이틀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자금을 국적별로 보면, 재정위기가 번지고 있는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유럽계는 지난 10일 하루 사이에 1조2446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포함해 이달 들어 11일까지 2조7417억원을 팔았다. 이달 외국인 순매도 금액의 절반 이상을 유럽계가 차지한 셈이다.
이탈리아·스페인 재정위기에 이어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 우려 등으로 유럽계 은행들이 유동성 부족 사태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려고 한국 주식을 급하게 판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 중에서 룩셈부르크(8945억원)와 프랑스(6054억원)계의 순매도가 많았다. 외국인이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 비중이 32%에 이르는데, 이들 외국인 가운데 유럽계 투자자의 비중은 3분의 1을 차지한다.
유럽계는 한국 채권까지 팔아치우고 있어 ‘셀 코리아’ 조짐마저 보인다. 지난달까지 1조9246억원의 한국 채권을 사들였던 이들은 이달 들어 7186억원 순매도로 돌변했다. 그러나 미국계는 이달에도 채권을 순매수하고 있어 채권시장 움직임은 좀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달 초 타이계 자금인 1조8000억원어치 통화안정증권이 만기상환돼 전체적으로 이달 들어 2조원가량 순매도 상태”라면서도 “10일 이후 채권은 여전히 순매수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521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미국계 자금도 이달 들어 9513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또 조세피난처인 케이맨제도 소재지 외국인이 지난달 2584억원을 팔아치워, 헤지펀드 등 투기성 자금이 국내 증시를 교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매물의 상당 부분은 코스피200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베이시스)에 따라 자동매매되는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나왔다. 선물은 미래 이자 수익을 고려해 현물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돼야 한다. 선물가격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면 외국인은 비싼 현물을 대규모로 내다 팔아 차익을 챙긴다. 12일 프로그램 매도 물량 4391억원 중 차익거래는 3768억원으로 이 중 90% 가까이는 외국인에게서 나왔다.
우리나라 차익거래 시장은 외국인이 거의 장악했다. 선물은 증거금만 넣고 나머지 자금을 채권에 굴릴 수 있어 현물 주식을 보유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외국인이 미국이나 일본의 자금을 초저금리로 조달해, 한국의 단기 채권에 투자하면 금리 차이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환율 변동도 외국인의 차익거래를 불렀다. 지난 6월부터 환율이 1080원대 밑으로 내려가면서 환차익을 노린 자금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달 들어 환율이 급등하자 팔아치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팔자’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와 비교해볼 때 1조5000억원 정도를 더 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2일 아시아 증시는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1.06%, 일본 닛케이지수는 0.20%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지수(0.45%)는 소폭 올랐다. 앞서 11일(현지시각) 미국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감소 소식 등으로 각각 3.95%, 4.69% 급등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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