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에도 단기충격 전망
“외화 부족 사태까진 없을 것”
“외화 부족 사태까진 없을 것”
그리스가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빠지고 그 여파로 프랑스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쳤다.
13일(현지시각) 그리스의 1년물 국채금리는 130%까지 급등했다. 금리가 100%를 넘어선다는 것은 국채가 사실상 휴지조각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장은 이미 그리스를 부도 상태로 취급하고 있다. 또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그리스 채무의 40%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은행 가운데 대형 은행 2곳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강등했다. ‘그리스 부도→이탈리아·스페인 구제금융→프랑스 은행 부실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로 한국 주식·채권·외환시장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유럽 금융기관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340억원을 사들였지만 프랑스계는 1조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유럽계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 채권금리와 환율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유럽계 은행들의 자금 회수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로존의 재정위험 확산으로 달러화 강세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달러 강세는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기면서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이탈을 촉발시키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원화가치가 급락하면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이 국내에 머물 이유가 없어져 채권도 팔아치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3년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와는 여건이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시에는 우리가 먼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원화가 약세로 반전했지만 지금은 주식시장 외에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외환보유액은 늘고 단기 외채는 줄어 외화 부족 사태가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도 1100원 이상의 흐름이 길게 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다만 주식 시장은 다시 바닥 확인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는 미국보다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증시의 움직임과 동행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유럽 은행들의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코스피 1700선이 무너질 위험이 커진 것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1600은 장부가치의 0.96배로 신용경색이 깊어져 자산가치의 할인이 발생할 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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