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확산에 투자 위축
최근 한달간 안정세를 유지해온 국내 금융시장이 이탈리아발 공포에 다시 심하게 흔들렸다.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94.28(4.94%) 폭락한 1813.25로 장을 마쳤다. 100 넘게 떨어진 지난 9월23일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원-달러 환율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16.80원 급등한 1134.20원으로 마감했다. 달러당 1200원을 향해 치닫던 9월26일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049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7941억원의 대량 순매도를 보였다. 이날 외국인 매도는 지난 9월23일 이후 최대 규모다. 지수 하락폭이나 외국인 매도 강도 면에서 한국 금융시장은 지난 9월 상황을 재연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증시는 안팎으로 3대 악재에 시달렸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가 구제금융 경계선인 7% 문턱을 넘어서면서 유로존이 해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또 옵션만기일이 겹치면서 이날 장마감 동시호가에서만 프로그램 매도가 4075억원 쏟아져 지수를 16.15 끌어내렸다. 여기에다 주식을 빌려파는 공매도가 재개되는 날이기도 해 낙폭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 잔고는 전날 3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코스피는 9월26일 1652.71로 저점을 찍은 뒤 10월28일 1929.48까지 반등했다. 8월 이후 하락폭의 절반 이상(53.27%)을 회복한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협상 시한이 오는 23일로 다가오고 있는 것도 변수다. 만약 협상이 지난 8월처럼 난항을 거듭하며 지연될 경우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나 피치도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킬 가능성이 있는 탓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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