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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개미들 울리는 ‘불공정 파생상품’ 손본다

등록 2011-11-13 20:23수정 2011-11-13 22:00

금융위, 코스피200 옵션거래 ·ELW 등 검토
스캘퍼 과도한 거래 초과수수료 부과 방안도
전문가 “대책 재탕…FX거래·ELW 폐지를”
투기와 불공정 거래로 개인들의 피해가 극심한 파생상품시장이 금융당국의 수술대에 올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3일 “파생상품 시장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이나 적용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7년 개설된 코스피200 옵션은 세계 최고의 거래량을 자랑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전세계 파생상품거래소들 가운데 거래량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이 시장에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코스피200 옵션거래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36%로 10% 안팎인 미국과 일본에 견줘 지나치게 높다.

2002~2005년 코스피200 선물옵션시장에서 일반투자자들의 손실금액은 2조845억원이며, 증권회사와 외국인은 각각 7556억원과 1조3286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개인들의 참여를 제한하고자 지수옵션 거래 단위를 10만원에서 선물과 같은 5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옵션과 성격이 유사한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도 개인은 2006년부터 5년 동안 1조8164억원의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증권사와 외국인은 각각 2917억원, 977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유동성 공급 목적의 기관 참여분을 뺀 실제 매매의 개인 비중은 97%에 이른다.

지난달 기준 주식워런트증권 상장종목 수는 무려 8789개로 현재 코스닥을 포함한 거래소 상장종목 2012개의 4.4배에 이른다. 우리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1043개를 발행했다. 코스피200 하나에만 23개 증권사가 달려들어 2274개의 워런트를 내놨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여러 증권사가 비슷한 조건의 주식워런트를 행사가격만 조금씩 달리해 발행하며 극심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초단타매매자(스캘퍼)를 유인해 거래량을 늘리려다 사고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스캘퍼의 과도한 거래에 초과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과 경험, 재산 상황 등의 적합성 요건을 더욱 강화해 일반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만기일 직전 기초자산 주가를 폭락시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주가연계증권(ELS)도 증시가 흔들릴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발행사의 지점에서 직접 판매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 권유인이 자사 상품에 대한 투자 위험 등 객관적인 설명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판매인이 상품설계 회사로부터 어떤 금전적 수입도 못 받도록 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벨기에는 올해 8월부터 아예 파생상품의 소매 판매를 중지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외환(FX)차익거래 규정도 손질할 계획이다. 외환차익거래는 두 나라의 통화가 결합된 상품을 매매해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다. 증거금이 5%로 20배의 차입거래가 가능해 기초자산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증거금 추가납부(마진콜) 요구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투자금액이 부족한 개인은 반대매매로 치명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외환차익거래로 인한 개인투자자 손실액은 2009년 765억원, 2010년 589억원, 올해 상반기 33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은 증권·선물사가 외국 중개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인 리베이트나 투자자의 손실계좌 규모를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나온 대책들을 재탕하는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본래의 목적인 위험 회피 기능은 사라진 채 투기장으로 전락한 외환차익거래와 주식워런트 시장은 폐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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