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환율상승 여파에 10대그룹 순익 27% 감소
LG, 사상 첫 4200억 적자…SK는 172% 늘어 ‘대조’
삼성, 2.1% 줄어 비교적 선방…현대차는 32% 급감
LG, 사상 첫 4200억 적자…SK는 172% 늘어 ‘대조’
삼성, 2.1% 줄어 비교적 선방…현대차는 32% 급감
국내 10대 그룹의 3분기 이익이 뒷걸음질쳤다.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 경기로 옮겨오면서 영업실적이 나빠진데다 환율 급등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10대 그룹 중 한화를 제외한 9대 그룹 상장사 40곳(실적 미발표 기업 제외)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9조8983억원으로 2분기(13조5941억원)에 비해 27.2% 감소했다. 아직 연결기준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한화그룹도 개별기준으로는 3분기 순이익이 26.6% 줄었다.
그룹별로는 엘지(LG)와 에스케이(SK)의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엘지그룹 상장사 10곳의 순이익은 2분기 9329억원 흑자에서 3분기에 425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지주회사 ㈜엘지에 대한 증권사들의 순이익 평균 전망치(3102억원)를 고려하더라도, 엘지그룹 11개 상장사의 순손실은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엘지그룹 상장사들의 순이익 합계가 적자를 보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엘지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2007년만 해도 삼성그룹에 이어 2위였다.
엘지그룹의 적자전환은 주력 계열사인 ‘전자 3인방’의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 엘지전자(-4139억원)와 엘지디스플레이(-6875억원)가 적자로 돌아섰고, 엘지이노텍(-356억원)의 적자 폭이 커져 화학과 통신 부문의 선전도 역부족이었다.
이에 대해 엘지 관계자는 “엘지전자에 엘지이노텍과 엘지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지분법으로 잡혀 적자가 커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엘지가 급변하는 정보기술 환경 적응에 실패한 게 실적 부진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스마트폰에 발빠르게 대응한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3조441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84%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4세대 엘티이(LTE)폰과 3차원(3D) 티브이의 호조세가 이어지면 전자부문은 내년에 흑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에스케이그룹의 상장사 3분기 순이익은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상장 계열사 5곳의 순이익 합산치는 2조210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72.1% 늘었다.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호조로 주력 계열사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순이익이 506.2% 급증해 그룹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엘지와 에스케이그룹의 희비가 갈린 원인을 사업 포트폴리오 차이에서 찾는다. 엘지는 경기에 민감한 전자업종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에스케이는 외부 환경 변화에 영향이 적은 에너지와 통신 부문의 이익 비중이 전체의 80%에 이른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10곳의 순이익은 4조288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1%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6곳의 순이익은 4조8316억원에서 3조2677억원으로 32.4% 급감했다.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환율 급등으로 외화부채 환산손실이 커져 자동차 3인방의 이익이 준 탓이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상무는 “환율 상승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환차손은 바로 반영되는 바람에 실적이 좋지 않게 나타났다”며 “외화손실은 환율이 안정되면 다시 이익으로 잡히겠지만 문제는 글로벌 경기 수요가 살아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상무는 “환율 상승이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반면 환차손은 바로 반영되는 바람에 실적이 좋지 않게 나타났다”며 “외화손실은 환율이 안정되면 다시 이익으로 잡히겠지만 문제는 글로벌 경기 수요가 살아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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