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 칼날에 ‘숨바꼭질’
거래소 거래정지 검토에 관련주들 하루만에 ‘폭락’ 전문가 “시장 미숙” 지적
작전세력 ‘폭탄 돌리기’에 국내증시 변동성 큰 탓도 이상급등 현상 이어질듯 ‘정치인 테마주’와 감독당국이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즉시 거래를 중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정치인 관련주가 다시 급락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가 회장인 이지(EG)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회장이 활동중인 비트컴퓨터가 하한가로 추락했다. 안철수연구소도 10% 넘게 급락하는 등 정치인 관련주 대부분이 고개를 숙였다. 이들 주식은 이틀 전 금융당국의 단속 방침에 급락했다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의 이런 이상급등 현상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년 전의 정치인 테마주는 ‘이명박주’였다. 2007년 대선 당시 개발공약 남발로 이화공영, 삼호개발 등 대운하 관련주는 10배 가까이 폭등했지만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6개월 만에 80~90% 급락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미국에도 대선 테마주가 있다. 정당별 지지기반에 따라 민주당 후보가 우세하면 정보기술(IT) 주식이, 공화당이 유리할 때는 정유와 방위산업주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00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가 당선된 이후 정유주 주가가 많이 오른 반면, 정보기술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의 정치 테마주는 그나마 정책과 관련돼 있다. 반면 국내 테마주는 주로 인맥에 초점이 맞춰져 투기성을 강하게 띠고 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들어 정치인 테마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0년 말이다. 당시 박근혜 위원장이 내놓은 저출산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 등 관련주가 급등했다. 박 위원장이 독점하던 테마주 상황은 지난해 8월부터 급변한다. 야권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과 관련한 테마주가 형성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의 친인척이 상장사 대표나 주요 임원으로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고 급기야 ‘사돈의 팔촌주’ ‘옷깃(만 스쳐도 인연)주’가 난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인 테마주의 과열은 안팎으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일부 개인들이 단기 거래에 나서고 작전세력이 이를 악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투자카페나 증권가 메신저 등을 통해 정치인 테마주가 추천되면 소문이 급속도로 유포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8월 세계 재정위기를 거치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커진 것도 이러한 투기거래의 토양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 테마주가 활개치는 것은 정경유착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리의 단면을 드러낸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장이 건강하지 못함을 의미한다”며 “정치인 인맥이 기업의 실적 호조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급등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는 식의 ‘앵무새 공시’에 머무르지 말고, 최대주주나 회사 대표가 투자자들의 주의를 적극적으로 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작전세력 ‘폭탄 돌리기’에 국내증시 변동성 큰 탓도 이상급등 현상 이어질듯 ‘정치인 테마주’와 감독당국이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즉시 거래를 중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정치인 관련주가 다시 급락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가 회장인 이지(EG)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회장이 활동중인 비트컴퓨터가 하한가로 추락했다. 안철수연구소도 10% 넘게 급락하는 등 정치인 관련주 대부분이 고개를 숙였다. 이들 주식은 이틀 전 금융당국의 단속 방침에 급락했다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의 이런 이상급등 현상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년 전의 정치인 테마주는 ‘이명박주’였다. 2007년 대선 당시 개발공약 남발로 이화공영, 삼호개발 등 대운하 관련주는 10배 가까이 폭등했지만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6개월 만에 80~90% 급락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미국에도 대선 테마주가 있다. 정당별 지지기반에 따라 민주당 후보가 우세하면 정보기술(IT) 주식이, 공화당이 유리할 때는 정유와 방위산업주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00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가 당선된 이후 정유주 주가가 많이 오른 반면, 정보기술주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의 정치 테마주는 그나마 정책과 관련돼 있다. 반면 국내 테마주는 주로 인맥에 초점이 맞춰져 투기성을 강하게 띠고 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들어 정치인 테마주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0년 말이다. 당시 박근혜 위원장이 내놓은 저출산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가방컴퍼니와 보령메디앙스 등 관련주가 급등했다. 박 위원장이 독점하던 테마주 상황은 지난해 8월부터 급변한다. 야권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과 관련한 테마주가 형성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의 친인척이 상장사 대표나 주요 임원으로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고 급기야 ‘사돈의 팔촌주’ ‘옷깃(만 스쳐도 인연)주’가 난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인 테마주의 과열은 안팎으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일부 개인들이 단기 거래에 나서고 작전세력이 이를 악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투자카페나 증권가 메신저 등을 통해 정치인 테마주가 추천되면 소문이 급속도로 유포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8월 세계 재정위기를 거치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커진 것도 이러한 투기거래의 토양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 테마주가 활개치는 것은 정경유착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리의 단면을 드러낸 측면이 있다고 본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시장이 건강하지 못함을 의미한다”며 “정치인 인맥이 기업의 실적 호조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급등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는 식의 ‘앵무새 공시’에 머무르지 말고, 최대주주나 회사 대표가 투자자들의 주의를 적극적으로 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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