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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증시 띄우는 ‘돈의 힘’ 약발 언제까지…

등록 2012-01-26 20:39수정 2012-01-26 22:01

이탈리아 국채금리 내려가고 미국 초저금리 유지
외국인 이달 들어 코스피서 5조7000억원 순매수
1분기 영업익 추정치 하향…“쉽게 흔들릴수 있어”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렸던 금융시장이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고 있다. 안전자산 쏠림현상이 누그러진데다 겨울잠에 빠져 있던 유동성이 깨어나며 증시의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하지만 경제 지표의 뚜렷한 개선 조짐이 없고 기업이익은 되레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는 ‘유동성 파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26일 코스피는 외국인이 4643억원을 순매수한 데 힘입어 4.95 오른 1957.18로 장을 마쳐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90원 내린 1122원으로 마감해 엿새째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주가 상승의 원동력은 단연 외국인의 귀환이다. 지난해 유가증권 시장에서 8조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던 외국인은 새해 들어 17거래일 만에 지난 1년 순매도 금액의 70%가 넘는 5조7000억원의 주식을 되샀다. 월단위로 5조원 이상 순매수한 경우는 이제까지 3번밖에 없었다.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의구심이 가라앉은데다 유럽의 부채위기가 한숨을 돌리면서 그동안 안전자산에 피신해 있던 돈들이 다시 주식을 입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가 본격 상승으로 돌아선 시점은 공교롭게도 지난 13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다. 집요하게 시장을 괴롭히던 ‘스토커’가 노출되자 유럽 금융시장은 되레 안정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국채(10년물) 금리가 구제금융 수위로 인식되던 마의 7%를 넘어서 ‘피사의 사탑’처럼 무너질 것만 같았던 이탈리아는 이후 금리가 하향 안정돼 현재 6.2%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미국의 국채금리는 2%를 넘고 독일은 2% 턱밑까지 닿아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유로화 가치가 반등하고 상대적으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 것도 유동성 장세의 토양이 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최소한 2014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달리는 주가에 채찍이 됐다.

세계의 자금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다. 글로벌 펀드정보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 자료를 보면 신흥지역으로 3주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이 투자 대상에 포함된 4대 펀드에도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50억달러가량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과거 외국인의 하루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으면 시장은 단기 고점을 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1조원을 넘었던 적은 다섯차례로 이후 시장은 모두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 20일(1조4418억원)부터 이틀간 2조3813억원어치 주식을 쓸어담았던 외국인은 이날도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매수 강도는 떨어지는 모습이다.

또 이번 외국인 매수의 주도세력은 유럽과 조세회피지역 자금으로 비교적 장기 투자하는 미국계와 달리 환율에 민감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에 견줘 30.5원이 떨어져 이들 외국인의 주식투자 환차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유로존 위험이 터지기 전인 1100원대를 이들이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갈 때 코스피는 2050~2070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돼 이 지수대가 고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주가상승을 유동성 장세로 보는 이유는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98개 상장사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6개월 전 전망치에 견줘 12.4% 감소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이사는 “돈이 풀려 상반기까지 좋은 흐름이 예상되지만 실물지표나 기업이익이 따라주지 못하면 작은 돌부리에도 쉽게 넘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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