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땐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될 수 있어
거래소 “횡령 혐의 한화, 심사대상 아니다” 결론
형평성 논란…불성실공시법인 지정된 SK도 불안
거래소 “횡령 혐의 한화, 심사대상 아니다” 결론
형평성 논란…불성실공시법인 지정된 SK도 불안
대주주나 경영자의 불법 행위 등으로 인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예전에도 재벌 총수들의 배임이나 횡령으로 주가가 폭락한 경우가 여러차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검찰 기소만으로 해당 기업이 상장폐지되거나 거래정지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식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5일 긴급회의를 열어 경영진의 배임·횡령 문제가 불거진 ㈜한화에 대해 애초 입장을 바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6일부터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해당 회사 주주들은 자칫 거래정지로 큰 손실을 입을 뻔했다. 전형적인 ‘시이오 리스크’의 사례다.
앞서 한화는 지난 3일 장 마감 뒤 김승연 회장 등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시했다. 전날 검찰이 한화에스앤시(S&C) 주식 저가매각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한 데 따른 것이다. 거래소는 즉각 ㈜한화의 주식거래를 정지시키고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했다. 횡령·배임액 가운데 ㈜한화에 해당되는 금액은 약 899억원으로, 자기자본(사건 당시인 2009년 말 기준 2조3183억원)의 3.9%에 달한다. 대기업의 경우 이 비율이 2.5%가 넘으면 공시를 해야 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한화의 명백한 공시 위반을 놓고 증시에서 혼선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4월 개정된 관련 규정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1월30일 김 회장 등 임원을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한화는 2월10일 공소장을 받았다. 이후 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여부를 가리는 기준을 대주주나 최고경영자가 배임이나 횡령으로 형이 ‘확정’된 시점에서, 공시처럼 혐의사실이 알려진 ‘기소’ 시점으로 당겨 적용하도록 강화했다. 한화는 “횡령 혐의 공시를 기소단계가 아닌 판결이 난 뒤에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며 “이번에 한국거래소의 확인 요청을 받고 공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룹 총수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에스케이(SK)그룹의 3사도 같은 날 줄줄이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일 공시를 위반한 에스케이텔레콤, 에스케이씨앤씨(C&C), 에스케이가스 등 3사에 벌점과 제재금을 부과했다.
‘오너 리스크’는 주식 가치의 하락과 기업 이미지 실추로 이어진다. 지난해 11월8일 검찰이 에스케이 그룹과 계열사를 압수수색하기 전날 에스케이씨앤씨의 종가는 15만6000원이었지만, 12월29일 11만7000원으로 추락했다. 2006년 4월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정몽구 회장을 구속하자 현대차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 경영진 횡령 의혹 사건은 지난해 상반기 불거져 당시 주가에 반영됐지만 이번에 다시 오너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감시 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이승준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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