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이틀만에 심사대상 제외해 비난 자초
다른 기업들은 심사기간 15일씩 채워 특혜 논란
“대기업 걸릴지 예상 못해”…소송제기 가능성도
다른 기업들은 심사기간 15일씩 채워 특혜 논란
“대기업 걸릴지 예상 못해”…소송제기 가능성도
“뼛속까지 대기업, 한국거래소.” “힘없고 돈없는 중소기업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 거래소가 휴일을 반납하고, 일사천리로 결정했을까요?”
7일 인터넷포털 ‘다음’의 토론 사이트 ‘아고라’에는 한국거래소를 맹비난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전날 ㈜한화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 면제 조처에 대한 공정성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논란의 빌미는 거래소의 상장폐지실질심사제도였다. 불건전 기업을 증시에서 솎아내기 위한 취지로 2009년 2월 도입됐다.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영업활동 정지, 공시의무 위반, 상당한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사실 공시, 분식회계가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해당 법인의 공시위반 행위가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에 의해 이루어져 경영투명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우선적으로 실질심사 대상에 올린다. 1년이 지나 횡령혐의를 공시한 한화도 이러한 의심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배임·횡령으로 인한 실질심사를 법원의 확정 판결에서 검찰의 기소 시점으로 앞당겼다. 거래소 공시팀 관계자는 “기업 사냥꾼들이 상장기업을 인수한 뒤 횡령을 일삼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처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0년 심사 대상이 된 코스닥 기업 중 횡령·배임 혐의가 24개사로 가장 많았다. 유가증권시장(2008~2009년)에서도 횡령·배임으로 상장폐지된 기업이 46%에 달했다. 거래소는 이들 기업의 퇴출 원인은 덩치나 실적보다는 취약한 내부통제시스템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증시 건전화 의지를 내보인 거래소가 지금 코너에 몰린 이유는 실질심사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짓밟았기 때문이다. 이번 한화처럼 횡령 혐의로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 거래소는 즉시 주식거래를 정지시키고 15일 이내에 심사대상 여부를 검토(1단계)한다. 심사대상으로 선정되면 다시 15일 이내에 실질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해당 여부를 결정(2단계)한다. 거래소가 2010년 코스닥시장에서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52개 기업의 평균 심사 소요기간을 집계한 자료를 보면 1단계에서 16.5일, 2단계에서 14.4일 등 모두 30.9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 규정과 거의 일치한다. 단 이틀 만에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한화에 대한 봐주기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규정에 따라 한화 주식거래를 즉각 정지시켰지만 파장이 커지자 방침을 180도 뒤집어 정상적인 절차를 건너뛴 것이다.
거래소는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한화사태의 후폭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라는 본연의 의무를 포기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7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장폐지 결정에 불복하는 기업이 공정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솔직히 대기업이 이번 조항에 걸려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화처럼 신속하게 상세한 자료를 제출한다면 조기에 결정을 해줄 수밖에 없게 됐다”고 털어놨다. 공시 조회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거래소는 불성실 공시 재발 방지를 위해 상장사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이승준 기자 kd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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