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면 신주를 매수할 수 있는 채권상품
다이아몬드개발권 관련 CNK 의혹에도 등장
STX팬오션 16일 공모…부채비율 등 살펴야
다이아몬드개발권 관련 CNK 의혹에도 등장
STX팬오션 16일 공모…부채비율 등 살펴야
웅진에너지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들이 두 달 만에 적지 않은 이득을 올리고 있다. 웅진그룹이 주력 계열사 웅진코웨이를 팔고 태양광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면서 그룹 내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는 웅진에너지가 수혜주로 부각된 덕분이다.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12월 1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공모 발행했다. 10일 웅진에너지의 종가는 7890원으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4945원보다 60%나 높다. 채권과 분리돼 거래되는 신주인수권 가격도 주가 상승을 반영해 상장 당시 800원에서 이날 2610원으로 3배 넘게 올랐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전환사채(CB)처럼 채권 형태로 보유하며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갈아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다. 행사가액이 1만원인 기업의 주가가 1만5000원으로 오르면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50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엔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이점이 없으므로 채권 이자만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상당수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으로 갈아탈 때 기준 가격으로 삼는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을 덩달아 낮춰준다.
행사가액이 1만원인 기업의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지면 일정 기간 뒤 행사가도 8000원대로 하향 조정되는 것이다. 다만 행사가는 최초 행사가의 70%까지만 허용되고 액면가 이하로는 내려갈 수 없다. 즉 발행 당시 행사가액이 1만원이면 7000원 밑으로 내려갈 수 없다. 이후 주가가 반등하면 이미 낮춰진 행사가액으로 신주를 받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만기 전에라도 채권자가 요청하면 상환해주는 조건(풋 옵션)이 있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는 회사의 재무상태가 나빠지거나 주가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중도에 상환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전환사채와 달리 채권(B)과 신주인수권(W)을 떼낼 수 있는 ‘분리형’도 있다. 이 경우 채권이 조기에 상환되더라도 신주인수권은 남는다. 채권 원리금을 중도에 회수한 뒤에도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이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하는 방법은 공모할 때 청약에 참여하거나 주식처럼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종목을 살 수 있다.
에스티엑스(STX)팬오션은 2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오는 16~17일 공모한다. 3개월마다 지급하는 이자율은 3%이고 만기(3년)까지 보유할 때 받는 이율은 5%다. 행사가액은 6980원이며 10일 종가는 이보다 높은 8120원이다. 발행한 뒤 2년이 지나면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현재 증시에서 거래되는 신주인수권은 엘지(LG)이노텍, 기아차 등 40여 종목에 이른다. 신주인수권의 가치에 해당하는 주가와 행사가액의 차이보다 가격이 훨씬 높거나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피해야 한다.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에 연루된 씨앤케이(CNK) 불공정거래 의혹 사건에도 신주인수권부사채 문제가 얽혀 있다. 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씨앤케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할 때는 부채비율 등 기업의 재무구조와 신용등급은 물론이고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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