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이사장의 부적절 매매?

김봉수 이사장 ‘사람인HR’ 상장 첫날 전량 매도
5억여원 차익 거둔듯…“뒷말 우려해 빨리 판 것”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사전에 투자한 주식을 상장된 첫날 팔아 5억원대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사람인에이치알은 공모가 5000원 대비 130% 오른 1만1500원으로 치솟았다. 김봉수 이사장은 상장 전에 저가로 취득한 이 회사 주식을 이날 전량 매도했다.

김 이사장은 키움증권 부회장으로 재직하던 2005~2006년 이 회사에 약 2600만원을 투자해 5만1790주를 보유중이었다. 평균단가 500원에 사들인 주식이 이날 종가 기준으로 23배나 오른 것이다. 상한가에 모두 팔았다면 5억7000만원 상당의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키움증권의 대주주인 다우기술이 사람인에이치알을 인수하면서 당시 키움 임원들에게 지분 참여를 권유해 김 이사장도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람인에이치알은 다우-키움그룹의 온라인 취업포털 운영업체로 잡코리아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증권이 대표 주관회사를 맡았고 키움증권은 인수회사로 참여했다.

김 이사장이 거액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거래소 이사장으로서 상장 전에 어떤 식으로든 주식을 정리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도덕성 시비는 물론 거래소 이사장이 보유했다는 이유로 상장심사나 승인 과정에서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오해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취임 뒤 2010년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 신고에서 이 주식의 보유 사실을 빠뜨렸던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이사장은 2011년 신고에는 이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쪽은 “특혜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다른 기업과 똑같은 엄격한 잣대로 심사했다”며 “장외에서 미리 처분했을 경우 또다른 뒷말이 나올 수 있어 차라리 장내 매각을 선택해 상장 즉시 처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지분을 획득할 당시 이 기업은 적자가 지속되는 상태였고 2010년에도 평가액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이사장의 주식은 이번 상장으로 평가액이 3000만원을 넘겨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이날부터 1개월 내에 처분하도록 돼 있었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산 공개 대상자의 보유 주식 평가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 1개월 이내에 주식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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