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새 규정상 감리면제대상
주가하락 손배소송 길 가로막혀
내일 ‘반기보고서’ 논란 부를듯
두산산업개발이 2001년까지 7년간 28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데 이어 지난 3년 동안 분식 해소를 위해 87억원의 ‘역분식회계’(역분식)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산업개발 분식과 역분식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외감규정)과 실무지침은 이런 회계처리에 면죄부를 주는 한편 감리를 면제해 분식회계의 실체를 검증할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16일 금감원에 제출될 두산산업개발의 ‘반기 보고서’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두산산업개발의 역분식 =두산산업개발은 지난 8일 2797억원의 분식회계를 고백하면서 “지난 2001년까지 2880여억원의 분식이 쌓였고 그중 87억원은 2002~2004년에 손실로 반영해 이미 해소했다”고 밝혔다. 두산산업개발은 그러나 이를 ‘전기오류 수정’ 항목을 통해 처리하지 않고 또다른 분식회계(역분식)를 통해 해결했다.
역분식은 현행 기업회계처리 기준이 허용하는 전기오류 수정과 재무제표 재작성 등 분식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는 경로가 아니라 티나지 않게 기업의 이익을 줄이는 편법으로 분식을 터는 방법이다. 회계 전문가들은 “전기오류 수정을 통해 분식을 해소하지 않고 역분식을 하게 되면 어떤 항목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정확한 실체를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서둘러 면죄부를 주기보다는 분식의 과정과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액주주 이중 피해” =개정 외감규정과 실무지침은 2004년말까지 발생한 분식을 이미 역분식으로 털어버렸거나 내년 말까지 역분식을 포함해 분식을 자발적으로 해소해 재무제표에 반영한다면 감리 대상에 넣지 않도록 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 소액주주들이 이중의 손해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분식회계 기업은 애초 매출채권을 미리 부풀려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켰다가, 매출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를 상각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주주들은 분식회계로 적자 기업의 주식을 높은 가격에 사들이는 것은 물론, 이후 역분식으로 인한 갑작스런 주가 하락 등의 손실을 겪게 된다.
따라서 처벌을 감경하더라도 감리를 통해 정확한 분식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감리 면제가 결국 소액주주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 기회마저 제한하게 되기 때문이다. 개정 규정이 ‘분식회계 특별 사면법’, ‘역분식 장려법’이란 지적을 받는 이유가 이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은 “금감원의 외감규정 개정과 실무지침 발표는 상위법과도 모순되는 위법적 행위로 두산산업개발 사례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며 “한국의 자본시장은 원래 분식을 하지 않은 기업, 과거 분식이 있었으나 이를 수정한 기업, 과거 분식을 여전히 수정하지 않은 기업을 좀처럼 구별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