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익률 5.6%
기업 내부정보 아는 내국인 가능성
기업 내부정보 아는 내국인 가능성
기업에 낮은 세금을 물리거나 아예 물리지 않은 ‘조세회피처’에서 활동하는 국내 증시 투자자들의 주가 예측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 투자자 상당수가 ‘검은 머리 외국인’(실제로는 내국인)들이며, 국내 기업 내부 정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3일 한국증권학회에 따르면, 양철원 단국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조세회피처 외국인 거래의 주가 예측력’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국내 주식 거래량이 많은 영국령 케이만 제도, 영국령 버뮤다, 바하마,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5곳의 조세회피처를 대상으로 이곳 투자자의 국내 주가의 예측력을 추정했다.
양 교수는 조세회피처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가 예상이 얼마나 정확한지 측정해보기 위해, 이들이 거래한 주식을 일정한 포트폴리오를 적용해 수익률을 추산했다. 이들이 순매수 금액이 높은 종목을 사고 순매수 금액이 낮은 종목을 공매도(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하는 포트폴리오를 적용해보니 평균 수익률이 5.6%로 나왔다. 조사 대상은 2005년 8월부터 2009년 8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보통주 581개 종목이다. 양 교수는 “이 정도의 수익률은 상당한 크기다. 미국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의 주가 예측력을 추정한 논문을 보면 평균 수익률은 1.41%다”라고 밝혔다.
만약, 조세회피처 외국인 대부분이 진짜 외국인이라면 전체 외국인 투자 지분이 높은 종목에서 더 큰 수익을 얻을 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반대였다. 전체 외국인 투자 지분이 낮은 종목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 수익률(거래 이틀째 수익률 기준)이 0.28%로, 전체 외국인 지분이 높은 포트폴리오 수익률 0.22%보다 높았다. 조세회피처의 국내 주식 투자자의 매매 패턴이 전체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패턴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조세회피처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거래량 자체도 상당히 컸다. 조사 기간 케이만제도는 전체 외국인 매수량의 7.5%로 국적별 규모에서 3위를 차지했다. 양 교수는“조사 자료의 한계가 있지만 조세회피처 외국인들이 실제로는 한국의 기업 내부자들이며 내부정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동작업을 통해 조세회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272명을 확인해 공개한 바 있다.
조기원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