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외국인 매수가 상승 동력이다. 3월 26일 이후 누적 순매수 규모가 1조8000억원을 넘었다. 전체 거래대금의 5%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3월 중순까지 매도로 일관하던 외국인이 왜 갑자기 매수에 나선 것일까?
우리 시장의 매력이 커진 부분도 있지만 이머징 마켓 강세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 지난 20일 사이 아시아와 중남미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국가별 주가 상승률이 10%를 넘을 정도다. 1분기에 대만을 제외한 이머징 국가의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진 데 따른 반작용인 것 같다.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한 후 움직임이 둔화된 사이에 이머징 마켓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선진국 시장이 계속 오를 수 있을지 판단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그동안 이머징 마켓이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주가 이외에도 외국인 매수를 촉발시키고 있는 요인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가 끝난 후에도 상당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이나 유럽이 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으로 외국인 매수에 변화가 예상된다.
주가가 매수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인 만큼 가격이 오를수록 매수량이 줄고, 영향력이 떨어질 수있다. 지금보다 주가가 높아지면 시장을 움직이기 위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는 외국인 매수가 계속 늘어난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가능한 얘기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과거 외국인 매수와 주가의 관계를 보면 매수가 늘어나는 동안에는 주가도 오르지만, 매수 규모가 줄거나 정체될 경우 주가가 힘을 잃는 게 일반적이었다. 절대 규모보다 늘어나는 양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되는데, 최근 외국인 매수는 3000억 수준에서 늘지도 줄지도 않고 있다. 이는 현재 외국인 매수가 주가를 일정 수준까지 올릴 수는 있지만 시장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수급에서 시작된 주가 상승이 지속적인 동력을 가지려면 경제 지표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작년 9월 대규모 외국인 순매수가 종합주가지수를 2050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지만 겨울 한파에 따른 선진국 경제 지표 둔화로 박스권을 넘는데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는 당장 기대에 못 미쳤던 2월 지표를 뛰어넘는 국내 경기의 상승 반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인 매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주가 2000을 넘은 후 경제 지표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