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2004년 한때 코스닥 시장이 32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다. 시장 꼴이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관리 당국에서 무조건 10을 곱해 지수를 다시 만들었다. 그게 지금의 코스닥 지수다.
그렇다고 코스닥이 항상 눌려 있었던 건 아니다. 3000에 육박할 만큼 호시절을 누린 적도 있었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때가 그랬는데 코스닥 시장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주가가 오를 정도였다. 지난 몇 년 사이 코스닥 시장은 거래소보다 더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거래소 시장이 2011년 중반부터 옆으로 누운 반면, 코스닥은 2년 앞선 2009년에 이미 500을 중심으로 밀고 당기는 상황에 들어갔다.
코스닥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500을 벗어나 저점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코스닥 지수가 작년 고점을 넘보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코스닥이 수 차례 강세를 기록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만큼 분위기가 좋았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코스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외부 지원이다. 나스닥과 코스닥 모두 아이티 기업이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융복합 기술 발달과 스마트폰 출시를 계기로 아이티 주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결과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코스닥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텐데, 완제품은 대기업이 만들지만 부품의 상당 수는 코스닥 기업이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 구조를 감안할 때 업황 호전에 따른 영향이 나눠지는 게 당연하다.
시장 환경도 코스닥 편이다. 이익이 괜찮은 대형주는 주가가 높고, 반대로 주가가 낮은 종목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4년 가까이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이유인데, 그 때문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이 자연스럽게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는데, 매매 패턴까지 테마주 중심으로 굳어지면서 코스닥 시장의 강세가 더해지고 있다.
당분간 시장이 코스닥을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거래소시장이 코스닥을 대체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번 상승이 600을 뚫고 새로운 추세로 굳어지느냐다. 실적이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작년 3분기 코스닥 기업의 영업이익은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가 줄었다. 2012년 이후 추세를 보더라도 거래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익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상승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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