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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아직은 주가 변화 기대하기 힘들다

등록 2015-02-05 19:39

이종우의 흐름읽기
156개 거래소 상장기업이 4분기 실적 발표를 마쳤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63조8000억원, 1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 이들의 매출액이 246조6000억 영업이익이 17조8000억원 이었으니까, 둘 다 한 분기 전보다 약간 늘어난 셈이 된다. 이익 증가 가운데 삼성전자가 기여한 부분이 1조2000억원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작년 3분기와 4분기 이익 규모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작년 하반기 이익이 상당 기간 기업 실적의 표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제 상황이 급변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경기의 변동성이 없는 상태라면 이익이 크게 늘지도 그렇다고 줄지도 않는 형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 굳어지면서 주가도 거기에 맞게 변하고 있다.

예상되는 기업 이익을 기반으로 시장을 예측해 보면, 우선 종합주가지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좁은 폭 내를 벗어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균형을 깨트릴 수 있는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 같은 수급 부분도 실적 영향에 묻혀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 주가가 정체하면서 분기당 25~30조원의 영업이익에는 종합주가지수 2000이 적정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를 넘기 위해서는 이익이 변해야만 한다. 다른 부분은 일시적으로 주가를 움직일 수 있을 뿐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요인이 되지 못한다.

중소형주와 낙폭 과대주가 주도 종목으로 자리 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실적 부진의 상당 부분이 대형주에 의해 초래된 만큼, 투자자들은 이익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와 코스닥을 통해 이 국면을 돌파하려 할 것이다. 낙폭 과대주도 비슷하다. 그동안 화학, 건설, 조선업은 감익으로 인해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금융위기 때 기록했던 주가를 밑도는 건 물론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한 종목도 속출했다. 하락 폭이 워낙 커 실적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는 신호만 나와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유주가 그 예에 속하는데 유가가 40달러 수준에서 바닥을 다지는 동안 주가가 저점 대비 60% 넘게 상승했다.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주가 변화를 끌어낼만한 동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자연히 시장이 외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데 선진국의 정책 변화나 주가 흐름이 종합주가지수에 영향을 줄 것이다.

2004년에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업 실적이다. 분기당 12조이었던 영업이익이 2004년에 25조로 뛴 덕분이었다. 4분기 실적을 통해 2004년과 같은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음이 드러났다. 아직 주가의 근본적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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