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외국인 매수가 늘면서 유동성 장세로서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유동성 장세는 대세 상승 마지막 국면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상승 기간에 늘어난 유동성이 시장에 한꺼번에 들어오면서 시작되는데 거래가 급증하고 주가가 빠르게 상승한다.
유동성 장세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과거 사례들을 살펴보자. 먼저 2007년이다. 2003년 600에서 시작된 주가 상승이 2005년 1400까지 계속된다. 1년 반 가까이 조정을 거친 후 2007년 중반부터 유동성 장세가 시작됐는데 6개월 동안 주가가 40% 넘게 올랐다. 주식형 펀드가 유동성 장세의 원인이었다. 6개월 동안 42조 넘는 자금이 펀드로 들어올 정도였다. 끝 맺음도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2007년 11월 높은 주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4개월 만에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기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는 89년이다. 85년 시작된 상승이 3년 동안 이어진 후 주가가 조정이 들어갔다. 조정이 끝난 88년 11월부터 유동성 장세가 시작됐는데, 주가가 5개월 동안 50% 넘게 올랐다. 이번에는 정부 정책이 원인이었다. 88년 말 금리 자유화를 시행하면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자금 공급을 늘렸는데, 이 부분이 유동성 장세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하락도 상승만큼 빨랐다. 89년 4월에 주가가 고점을 치고 두 달만에 20% 넘게 하락할 정도였다.
지금이 유동성 장세라면 앞으로 세 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선 해외시장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박스권에 갇혀있던 우리 시장이 갑자기 대세 상승 마지막 국면에 들어간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다. 대세 상승은 선진국에서 발생했고, 우리는 선진국 상승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동성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이런 구도를 감안할 때 선진국 시장의 영향력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주가 흐름이 빨라질 것이다. 유동성 장세는 주가가 급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번도 예외가 아닐 텐데 상승이든 하락이든 주가가 방향을 잡으면 그 쪽으로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유동성 장세는 과거에 비해 상승 폭이 작을 것이다. 외국인이 유동성 공급을 담당하고 있지만 매수 규모가 크지 않다. 2007년에는 하루 주식형 펀드 유입액이 2조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루 2000~3000억 정도의 외국인 매수로는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유동성 장세가 한번 만들어지면 최소 3~4개월은 계속된다는 걸 감안할 때 아직 하락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문제는 상승 폭과 주가 급변 가능성이다. 유동성이 유입되는 강도가 과거에 비해 약하고, 해외시장의 영향력도 커 우리 시장이 당분간 불안정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07년 주식형펀드 급증으로 유동성장세 펼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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