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잔액 3년여새 2배 넘게 뛰어
지난해 손실상환 비중 6.5%로 늘고
원금손실률 41%까지 이르기도
상승기 가입해도 만기 예측 어려워
금감원 “복잡도 높아져 위험 증가”
지난해 손실상환 비중 6.5%로 늘고
원금손실률 41%까지 이르기도
상승기 가입해도 만기 예측 어려워
금감원 “복잡도 높아져 위험 증가”
지난해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률이 한 해 전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을 까먹은 이엘에스의 원금 대비 손실률도 40%에 달했다. 이엘에스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투자자들에게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모아왔지만, 실제로는 알려진 것보다 투자위험도가 더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주가가 1900~2100 사이 박스권을 맴돌았던 최근 4년간 주가연계증권 발행잔액이 급증했다고 5일 밝혔다. 2011년 말 28조5000억원이었던 이엘에스의 발행잔액은 올해 3월말 기준으로 61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엘에스는 개별 종목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개별 종목의 경우 삼성전자 등 주가 변동이 적은 대형주, 지수의 경우 변동성이 덜할 것으로 기대되는 코스피200 등과 연계해 약정기간 동안 해당 종목 주가·지수가 급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지급하는 식으로 설계된다. 원금 보장은 안 되지만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엘에스가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손실이 크게 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환된 이엘에스 중 손실이 난 원금 비중은 6.5%(상환액 55조1000억원 중 3조6000억원)로 2013년보다 3.3%포인트 늘었다. 일단 손실을 본 경우엔 손실액도 컸다. 손실이 난 이엘에스의 원금 대비 손실률은 2013년에는 32.7%, 2014년에는 41.4%에 달했다. 원금 100만원을 넣었다가 손실을 본 경우 60만원도 못 건졌다는 의미다. 반면에 이익을 본 이엘에스의 이익률은 2013년 6.6%에서 지난해 5%로 1.6%포인트 줄었다.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보장하는 이엘에스의 특성상 현재와 같은 주가 상승기에 가입하면 안전하다고 믿기 쉽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손실 상품 비중이 2013년에 비해 높았던 것도 2011년 주가 상승기에 가입한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권오상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장은 “주가연계증권은 3년 만기 상품이 많은데, 3년간의 주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가입 때 해당 지수의 장기간(약 20년) 가격추이를 충분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은 또 최근 발행되는 이엘에스 상품이 복잡하게 설계돼 투자 판단이 어려워지고 위험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가연계증권은 코스피200뿐 아니라 유로스톡스50,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등 다양한 국외지수와 연계해 설계되고 하나의 상품에 연동된 주가지수도 하나에서 두세 개로 늘어나는 추세다. 여러 지수가 연동될 경우 이 중 하나만 하락해도 투자자가 손실을 볼 수 있어 위험하다는 얘기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증가해온 이엘에스 잔고는 코스피지수가 3년8개월 만에 2100선을 넘어선 4월말에는 전달보다 1조9133억원이 줄었다. 코스피를 비롯해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동반상승하며 조기상환액이 3월 5조7943억원에서 4월 7조5847억원으로 늘었고, 신규 발행액은 3월 10조2978억원 규모에서 4월 7조2552억원 규모로 줄어든 영향이다. 주가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이엘에스에 재투자하지 않고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투자자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권오상 국장은 “한달 만에 추세가 반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주가연계증권 가입 때 금융회사에 충분한 설명을 요구해야 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향후 벌어질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해 안내서류를 잘 보관해야 하며, 중도해지 가능 여부와 수수료 등도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다.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발행회사 파산에 대비해 발행사의 신용등급을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은행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특정금전신탁(ELT)·주가연계펀드(ELF)는 이엘에스를 편입하는 상품이어서 이런 상품들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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