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가격제한폭 변화, 코스닥시장 가격제한폭 변화
가격제한폭 확대가 상승세인 증시에 득이 될까, 독이 될까?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주식시장 발전 방안의 하나로 현행 15%인 가격제한폭을 30%로 늘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증시가 3년간 박스권에 머물며 투자자·자금이 이탈하는 상황에서 내놓은 거래 활성화 정책 중 하나였다. 원래는 1월 도입 예정이었지만 증권사의 거래 시스템 교체 등의 이유로 시행 시기가 6월 중순으로 미뤄졌다.
가격제한폭 제도는 개별 주식 종목의 오름폭과 내림폭의 한계를 정해, 주가의 변동성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1998년 12월부터, 코스닥시장은 2005년 3월부터 상승이든 하락이든 15%로 가격제한폭이 유지돼왔다. 지난 3월 발간된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외에도 일본·대만·오스트리아·벨기에·스페인·그리스 등이 평균 18% 정도의 가격제한폭을 설정하고 있다.
금융위는 현행 가격제한폭 아래에서 기업의 가치와 새로운 정보들이 가격에 신속하게 반영되지 못하는 본질적인 문제와, 가격이 상·하한가에 근접할 경우 주가가 과잉 반응해 변동폭이 확대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인위적으로 상한가에 근접하는 시가를 형성해 추종매매를 유도하는 ‘상한가 굳히기’ 등의 불공정 거래가 발생한다고 본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 안 가격제한폭 확대에 이어 완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제한폭 확대가 증시 활성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봤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거래량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은 현재 상·하한가를 기록하는 것들인데, 이 종목들이 중소형주 위주라 시장의 큰 흐름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하한가는 960차례 있었는데, 이 중 시가총액 100위 안의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채 1%(6회)가 안 됐다.
코스닥시장에 대해선 변동성 확대 우려가 많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상·하한가 발생 빈도수는 4561차례나 됐다. 투기적 매매가 증가할 뿐 아니라, 최근 내츄럴엔도텍 사태로 한 기업에 의해 지수 전체가 돌아서는 코스닥시장의 취약성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2배로 커진 하락폭에 겁을 먹고 시장을 떠날 위험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책이 발표된 시점과는 달리 장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변수다. 일부에서는 증시 활성화 의지가 담긴 이 정책이 장 상승과 맞물려 시너지가 일어날 것이라 봤지만, 이미 지수가 많이 올라 하락 위험이 더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하한가를 세번만 맞으면 원금이 20%밖에 안 남는 상황이 온다. 중소형주를 매매하는 투자자들이 비중 축소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여전히 고민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트레이딩시스템 등을 개편해야 하는데다, 하락폭이 커져 투자자가 큰 손실을 보면 증권사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수도 있다. 증권사가 리스크를 줄이려면 신용대출에 대한 담보를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다른 증권사로 고객을 뺏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경 한국거래소 시장제도팀장은 “과거 코스닥 사례를 보면 가격제한폭을 올려도 변동성은 꾸준히 줄었다.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은 있어서 정비를 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을 앞두고 서킷브레이커스(지수가 일정 이하로 하락하면 전체 장 20분간 중단) 발동 조건을 현행 10%에서 8%로 완화하고, 직전 단일가격 기준으로 10% 이상 가격이 변했을 때 2분간의 냉각기간을 부여하는 정적 변동성 완화 장치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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