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국제 금리가 급변했다. 4월 20일 0.075%까지 하락했던 독일 금리가 한달 사이에 0.7%가 됐다. 저점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걸 감안하더라도 3주 사이에 금리가 10배 가까이 된 건 예삿일이 아니다. 이런 현상을 놓고 일부에서는 국제 금융시장 붕괴를 거론하고 있다. 금리 상승이 채권 버블 붕괴에서 시작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국내 금리도 1.7%에서 1.9%로 상승했다.
금리 급변에도 불구하고 국제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금리 상승이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나와 영향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은행이 기준금리를 0.05%까지 내리고, 양적 완화를 통해 국채 매입에 나서자 채권시장에서는 낙관 심리가 팽배했다. 낮은 기준 금리가 오래 계속될 거란 가정이 힘을 얻었고, 그 영향으로 시장 금리가 기준 금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달간 상승 과정을 통해 금리 저점이 확인됐다. 남은 과제는 고점을 찾는 건데, 확인이 이루어질 경우 국제 금리는 상당 기간 이번에 만들어진 저점과 고점을 벗어나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금리 변동이 경제보다 수급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도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리가 막바지 하락 국면에 들어가면 약간의 유동성 변화로도 금리가 급변한다. 금리가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수준과 동떨어져 채권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 때 금리 변동에 따른 효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번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금리가 바닥을 찍고 급등했지만 돈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금리 변동이 단기에 일어난 때문도 있지만, 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자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한 부분도 유동성 변화를 촉발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리 안정에 힘입어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주가가 4월 같이 상승하긴 힘들다. 주가가 장기 박스권을 돌파했지만 이후 움직임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선진국 주가 상승, 실적 회복 등 상당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상승이 빠르지 않았다. 조정 기간이 길면 길수록 조정이 마무리된 뒤 주가 상승이 빨라진다는 경험도 적용되지 않았다. 금리 상승이 일단락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우리 시장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없어진 건 아니다. 투자자들은 1분기에 시작된 실적 개선 추세가 계속될 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이익이 1분기 수준에서 약간 가감하는 형태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 안정으로 우리 주식시장도 당분간 상승을 계속하겠지만 속도가 빠르진 않을 것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올해 한국과 독일의 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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