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2일 한국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뒤 이 회사 주주들은 지옥을 맛봤다. 주가는 그 뒤 5월13일까지 거래일수로 14일 사이 13일이나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그 뒤에도 하락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18일 8610원까지 곤두박질을 쳤다. 소비자원 발표 전인 4월21일 종가 8만6600원에 견주면 10분의 1로 추락했다.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최근 반등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지만, 19일과 22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서 1만2050원까지 올랐다. 지난 18일의 8610원에 견주면 반등폭은 40%다.
요즘 이 회사 주식 거래는 매우 활발하다. 소비자원 발표 전에 하루 수십만주 거래되던 이 회사 주식은 최근 하루 1000만주 이상 거래되고 있다. 5월13일엔 무려 4688만주나 거래됐다. 주식을 사들이는 이는 개인투자자들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한달간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69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각각 343억원, 409억원어치를 판 것과 대조적이다.
주가가 한창 오르던 올해 초 한달에 4~5건씩 발간되던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애널리스트 보고서)는 개인투자자들이 혼란을 겪는 지금 자취를 감췄다. 석가탄신일 휴일로 주식시장이 문을 열지 않은 25일 한 포털사이트의 내츄럴엔도텍 종목 게시판은 뜨거웠다. 이날 오후 4시30분까지 “26일 식약처가 백수오 제품 전수조사 결과 발표하면 상한가 칠 것”, “이엽우피소에 독성 없다”, “상장폐지 절대 없다” 등 3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다. 확실한 근거를 제시한 글은 찾기 어려웠다. 분석이 없어진 자리를 소문이 채우고 있다.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는 소비자원 발표 직후인 4월23일에 마지막으로 발간됐다. 각종 투자정보 누리집에 게시된 증권사 보고서의 내츄럴엔도텍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 목표주가는 ‘10만원’에 멈춰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분석 보고서 발간이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분석의 기반이 되는 ‘기업의 영속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기업이 확인해주는 정보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자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보고서 ‘사후관리 방안’ 도입에 나섰다. 현재 금융투자협회와 시행방안을 논의중이다. 내츄럴엔도텍처럼 주가가 정상적인 수요공급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급등 혹은 급락했을 때는 보고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고치고 수정 이유를 적시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믿을 만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연구는 외압 없이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지만 그것이 결과에 대한 책임 면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증권사 연구원들은 연구자일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중요한 ‘선수’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어 어깨가 더욱 무겁다. 증권사에 시장이 분석을 가장 필요로 하는 혼란기에 이를 외면하지 않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기대한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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