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우증권에 패소 판결
“투자자 보호 소홀”…소송 잇따를 듯
“투자자 보호 소홀”…소송 잇따를 듯
증권사가 주가연계증권(ELS) 중도상환일 직전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상환을 피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비슷한 구조의 사건에 대해 집단소송을 허가한 터라, 금융사들의 기만적 파생금융상품 운용에 대한 배상 청구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윤아무개(70)씨 등 3명이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상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승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대우증권은 2005년 3월 삼성에스디아이(SDI) 주가를 4개월마다 평가해 기준가보다 높으면 3%의 수익을 중도상환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이엘에스 상품을 판매했다. 윤씨 등은 여기에 2억1900만원을 투자했다. 대우증권은 중간평가일인 그해 11월16일 장 마감 10여분 전에 삼성에스디아이 주식을 대량 매도했고, 주가가 기준가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윤씨 등은 중도상환금을 받지 못했다. 윤씨 등은 결국 만기상환 때 30%가량 원금 손실을 보자 소송을 냈다. 앞서 항소심은 대우증권이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금융기관이 위험 관리를 위해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의 거래라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재판부는 “대우증권이 중간평가일 거래 종료 직전에 삼성에스디아이 주식을 대량 매도해 종가를 하락시켜 중도상환 조건을 맞추지 못하게 한 것은 투자자 보호를 게을리한 것”이라며 “이를 정당한 거래행위라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증권사가 자산운용 건전성 확보를 위해 위험 회피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당한 이유 없이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가 이엘에스 상환기준일에 주식을 대량매도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2009년 조사를 통해 대우증권에 5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2011년 대우증권 트레이더 김아무개씨 등 증권사 트레이더들을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증권사의 이엘에스 관련 주식 대량 매도와 관련해 대법원에는 민사 3건, 형사 1건의 소송이 계류돼 있다. 하급심에도 민·형사 여러 건이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이엘에스 상환기준일의 장 마감 직전 로열뱅크오브캐나다 쪽의 주식 집중 매도로 손해를 본 이들이 낸 집단소송 허가 신청사건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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