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인터넷 기업이 처음 주식시장에 등장했을 때 투자자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그 기업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위치까지 왔을까?
인터넷 기업들이 나스닥 시장에 본격 등장하기 시작한건 1996년이었다. 2년이 지난 1998년부터 테마를 형성하더니,1999년에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나스닥보다 1년 늦은 1999년말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전자상거래 같이 확실한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대상이었다. 인터넷 산업이 유치한 단계여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단계를 지나 인터넷이 주식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자 투자 대상 기업이 늘어나고, 주가가 급등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투자 기준은 여전히 기업 내용보다 성장 가능성에 맞춰졌다. 관련 기업들의 이익이 미미해 이익만으로는 주가를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장성이 강조될수록 버블이 커졌고, 결국 가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버블이 터진 뒤 옥석을 가리는 과정이 있었다. 주가가 기업 내용에 부합하는지는 물론 생존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구분해, 능력이 안되는 기업은 솎아내기 시작했다. 현재 시장에서 인터넷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업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 살아 남은 곳들이다. 많은 이익과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데, 도태된 기업들이 가지고 있었던 영업 공간을 차지해 수익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인터넷이 겪었던 버블 형성, 붕괴,선별과 도태 과정은 다른 산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철도 산업이 그랬고, 자동차, 라디오도 발달과정에 늘어난 참여 기업을 정리하는 작업이 있었다.
이제 바이오 차례다. 최근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이며, 코스닥 주가를 700까지 끌어올린 주역이기도 하다. 그동안 성장성이 바이오 산업을 끌고 오는 동력이었다. 그렇다 보니 주가가 오를 때마다 문제됐던 부분이 있다. 영업 성적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어떻게 시가총액이 몇 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미래에 많은 돈을 벌거란 말로 이런 우려를 막아 왔지만,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주가가 오르면서 성장성의 많은 부분이 가격에 반영됐다. 높은 주가를 감안할 때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꿈보다 가시적인 실적이 필요하다. 이번 상승이 끝나면 이익 창출 능력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 기업 대부분의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 지금은 실력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 그래야 안심하고 투자를 늘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인터넷 산업 등장 이후 주가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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