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삼성물산 ‘합병 찬반’ 표시…의결권 행사?

궁금증 ‘톡’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들은 거래하는 증권사로부터 전화·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합병 찬성·반대 의사 접수중’이라는 공지를 받고 있다. 두 회사는 오는 17일 합병 승인에 대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런 공지는 자칫 ‘의결권 행사’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주식매수청구권 취득 여부’를 묻는 질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 5월26일 두 회사의 합병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두 회사의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이고, 주총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야 합병이 최종 결정된다. 현재 증권사에서 조사하고 있는 ‘합병 찬반 여부’는 이사회 결의에 대한 주주들의 찬반을 묻는 것으로,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와는 무관하다. 의결권 행사는 17일 주총에 직접 참석해 의사를 표시하거나, 직접 참석하지 못할 경우 의결권 대리 행사를 위한 위임장을 작성하는 등 별도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

증권사 설문은 형식적으로는 ‘이사회 결의’에 대한 찬반이지만, 실질적으로 묻는 것은 ‘주식매수청구권 취득 여부’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회사 합병 때 보유한 주식을 회사가 되사가도록 할 수 있는 권리로, 합병에 반대한 주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따라서 개별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했을 경우에만 발생한다.

이사회 결의에 반대(합병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갖게 되더라도 이를 반드시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 팔 것인지, 회사에 팔 것인지를 선택하면 된다. 삼성물산의 경우, 합병 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때 회사는 주주에게 1주당 5만7234원을 주고 주식을 되사는데, 주식매수청구기간(7월17일~8월6일)에 삼성물산 주가가 5만7234원보다 높다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시장에 파는 것이 더 유리하다.

주식매수청구가격이 시장가보다 높을 때도 고려해야 할 부분은 있다. 주식을 장내에서 팔았을 경우에는 매도금액의 0.3%만 거래세로 내면 되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경우 장외거래로 간주돼 거래세율이 0.5%로 높아지고, 차익(주식매수청구가-취득가)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22%(주민세2% 포함)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이사회 결의에 찬성(합병찬성) 또는 기권했을 경우엔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사회 결의에 반대(합병반대)한 뒤, 주총에선 합병에 찬성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들은 이번에 주식매수청구권 취득 신청을 오는 14~15일까지 받을 예정이며, 합병 승인 주총 전날인 16일까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서면 신청해도 된다.

김효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