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매력적인 투자상품이었다가 쪼그라든 적립식펀드가 내년 바뀌는 세제혜택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적립식펀드는 특정 펀드 상품명이 아니라 자금 납입 방식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같은 펀드를 가입하더라도 투자자는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적립식’과 투자금액을 한 번에 넣는 ‘거치식’을 선택할 수 있다. 적립식의 경우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일반 개인투자자의 활용도가 높다.
은행 금리 하락에 한때 인기몰이
2008년 큰 손실 뒤 펀드 신뢰 추락
갈수록 적립식펀드 투자규모 줄어
연금펀드·해외주식비과세펀드 주목
내년 바뀌는 세제혜택 잘 따져봐야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분석한 지난 10년간 적립식펀드 판매 현황을 보면, 적립식펀드 투자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05년 14조원 수준이던 적립식펀드 판매 규모는 2008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76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전체 공모펀드 판매 규모가 122조2000억원에서 226조7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견주면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2008년까지 적립식펀드의 성장 배경에는 은행 금리 하락이 깔려 있다. 1998년 13.3%에 달했던 저축성 수신금리는 2005년 3.62%까지 하락했다. 적립식 펀드는 이 상황에서 가계의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고, 주식 매매 수익에만 의존하던 증권사 등 판매사들도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적극 판매에 나섰다.
적립식펀드가 고꾸라진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그해 76조원을 웃돌던 판매규모가 2011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줄어 2014년에는 45조8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때 전체 공모펀드 판매 규모도 2008년 226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81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게다가 전체 공모펀드는 2013년 판매규모 167조2000억원을 기록한 뒤로 2014년에 181조7000억원, 올해 6월 기준 205조9000억원으로 다시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데 비해, 적립식펀드 자금은 2011년 이후 꾸준히 빠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적립식펀드에 등을 돌린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어 ‘단기투자’로 돌아섰다고 본다. 적립식펀드는 일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납입하는 속성상 장기투자를 기대하고 가입하기 쉬운데, 금융위기 때 한 번 큰 손실을 본데다 2011년 이후 주식시장이 박스권 등락만 반복해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금융위기 뒤 장기투자보다는 잘나가는 펀드에 단기로 치고 빠지는 쪽으로 투자 성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업계는 내년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비과세 상품의 도입, 연금저축펀드의 꾸준한 증가세 등에 주목하고 있다. 2016~2017년 한시 도입되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는 매매차익·평가차익·환차익·배당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경우 편입된 예금·펀드·파생결합증권의 순이익 200만원까지 비과세다. 실제로 적립식펀드 가입자들은 세제 혜택에 민감해, 2007년에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 해외투자펀드의 경우 2006년 3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판매규모가 2007년 21조3000억원으로 급증한 바 있다. 2011년 소득공제금액 한도가 연간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된 새 연금저축펀드의 경우도 판매규모가 2010년 2조원에서 2014년 5조2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공제 방식이 바뀐 연금저축펀드는 올해 5월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연간 급여 5500만원 이하의 경우 세액공제율이 12%에서 15%로 확대됐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세제혜택은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경우 이미 국내 주식형펀드는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고 내년에는 해외주식형펀드에 대해서도 비과세 정책이 시행돼 굳이 5년간 자금을 묶어둬야 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편입시킬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비과세 혜택을 주더라도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로 새로운 자금이 유입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대신경제연구소 문남중 연구원은 “적립식펀드는 장기투자 성격이 있어 대세상승이 이뤄지는 장이면 늘겠지만, 지금처럼 변동성이 높거나 박스권이 계속되면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2008년 큰 손실 뒤 펀드 신뢰 추락
갈수록 적립식펀드 투자규모 줄어
연금펀드·해외주식비과세펀드 주목
내년 바뀌는 세제혜택 잘 따져봐야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분석한 지난 10년간 적립식펀드 판매 현황을 보면, 적립식펀드 투자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05년 14조원 수준이던 적립식펀드 판매 규모는 2008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76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전체 공모펀드 판매 규모가 122조2000억원에서 226조7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견주면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2008년까지 적립식펀드의 성장 배경에는 은행 금리 하락이 깔려 있다. 1998년 13.3%에 달했던 저축성 수신금리는 2005년 3.62%까지 하락했다. 적립식 펀드는 이 상황에서 가계의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고, 주식 매매 수익에만 의존하던 증권사 등 판매사들도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적극 판매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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