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준 회의 앞두고 시장 불안
이달 들어 매도세는 둔화
장기 투자자금까지 이탈 우려도
이달 들어 매도세는 둔화
장기 투자자금까지 이탈 우려도
지난 8월5일 이후 한달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계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장기간 연속 매도다. 시장에서는 9월 들어 매도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데 주목하면서도, 장기투자를 하는 외국인 자금까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들은 지난 8월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주식시장이 개장한 날을 기준으로 하면 29일 연속 순매도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은 5조5436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3279억원어치를 팔았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8월5일 2029.76에서 9월15일 1937.56으로 4.5% 하락했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것은 6월 중국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부터다. 15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외국인들은 6월에 3890억원, 7월에 2조2610억원, 8월에 3조9440억원어치를 주식시장에서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도 증시에서 15일까지 외국인 자금 1조5천억원 가량이 빠져 나갔다.
한국 증시에서만 자금이 빠진 것은 아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 금리인상 불확실성으로 시장이 요동치는 동안, 상대적으로 덜 안전한 자산인 신흥국 증시 전반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8월24일부터 9월10일까지, 한국 증시에서 28억5300만 달러, 인도 증시에서 28억1900만 달러, 태국 증시에서 6억1100만 달러 등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졌다.
전문가들은 연속 순매도 기간은 길지만, 매도 규모로 볼 때는 아직 외국인 매도가 ‘정상’ 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미국 금리 향방이 결정될 이달 16~17일(현지시각 기준)에 열리는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를 코앞에 두고 시장 불안이 극대화된 상황인 데다, 8월 말에는 하루에 7000억원대까지 팔아치울 정도로 강했던 매도세가 이달 들어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 회의로 시장 불확실성은 해소될 것”이라며 “금리가 인상될 경우 단기적으로 매도세가 연장되겠지만, 연말까지 놓고 보면 신흥국 간 차별화 흐름이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에 자금이 다시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매도 국면이 더 길어질 경우 장기 투자자금까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순매수를 유지해 오던 미국계 투자자들이 8월에는 5675억원 순매도로 전환됐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간 한국을 장기투자 대상으로 봤던 미국계나 아시아계 자금이 빠져나간다면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지난 한 달(8월18~9월14일)간 누적 순매도가 4조5000억원에 달해, 팔만큼 팔았는데도 매도가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개선돼 외국인이 다시 들어올 때 시장에 공격적으로 참여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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