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후 보고서 6213건 중
매도의견은 26건…0.4% 불과
기업들 직간접 압력 계속 탓
헤지펀드 없는 시장상황도 배경
매도의견은 26건…0.4% 불과
기업들 직간접 압력 계속 탓
헤지펀드 없는 시장상황도 배경
증권사별로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하도록 강제한 지 넉달이 지났지만 증권사 매도 리포트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의 집계를 보면, 올해 6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증권사 리서치센터 등에서 낸 유가증권시장 종목보고서 6213건 중 보유 종목의 전망이 밝지 않아 주식을 파는 것이 좋다고 분석한 매도 의견 보고서는 26건(0.4%)뿐이었다. 반면 강력매수 의견(253건)을 포함한 매수 의견 보고서는 4940건(79.5%)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금융투자협회는 5월29일부터 분기별로 증권사별 매도 보고서 비율을 누리집에 공시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공시 시행 뒤에도 매도 보고서가 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분석가들이 대상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증권분석가들은 매도 보고서를 쓰기 어려운 이유로, 대상 기업에서 직접적 압력을 가할 뿐 아니라 사내에서도 기업 자금을 유치하고자 하는 영업부문에서 탐탁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토로해왔다. 매도 보고서를 쓸 경우 해당 기업에서 분석가에게 일절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출입 금지’ 조처를 취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한 증권분석가는 “출입 금지를 당하면 해당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전혀 쓰지 못하게 되는데, 책임은 분석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건전한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협의체를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 협의체는 앞으로 분석가들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취지로 상장회사협의회 등에 대한 교육에 나서기로 했다. 박종길 금감원 금융감독업무팀장은 “외국에서도 증권사 보고서에 대한 기업 쪽의 압력을 제도로 규제하지는 않는다. 증권사 공동대응 등 업계 자율로 풀어나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런 조처들로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사·중소형사별로 여건이 달라서 공동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가 공표한 2014년 2분기~2015년 2분기 증권사별 매도 리포트 비중을 보면, 국내사는 한화증권(8.3%)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가 1%에 못 미쳤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보고서 비중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40.9%를 비롯해 16곳 평균이 17.8%에 이르렀다.
분석가들은 이처럼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 비중이 높은 이유를 증권사의 글로벌 투자 역량에서 찾는다.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주식 매매 수수료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해 쉽게 매도 보고서를 낼 수 없는 반면, 글로벌 투자를 하는 외국사들은 환율·안정성을 따져 한국에서 돈을 빼 선진국으로 옮기는 식의 투자 권유가 가능해 상대적으로 쉽게 ‘주식을 팔라’고 쓸 수 있다는 얘기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헤지펀드도 많아 매도 보고서에 대한 수요도 한국보다 많다. 눈에 보이는 규제만으로 매도 보고서를 활성화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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