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에서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강한 충격이 가해지는 경우다.
먼저 내부 변화 가능성을 보자. 지난 4년간 주식시장은 저금리와 유동성에 의해 하단이 막히고, 경기 부진으로 상단 돌파도 힘든 상황이었다. 주가 흐름이 달라지려면 둘 중 어느 하나가 변해야 한다. 올해 경제는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가 3.0% 성장할 걸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문제는 과거 전망 패턴인데, 높은 성장 전망이 제시됐다가 연중 수차례 조정을 거쳐 전망치가 낮아지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지난해도 그랬다. 연초 성장률 전망치가 3.9%였는데, 1~2월에 성과가 저조하자 전망치를 3.4%로 하향 조정했다. 3월에 추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며 여러 차례 하향 조정을 통해 성장률 전망이 2%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올해도 이런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저금리는 미국이 금리를 몇 차례 올리느냐에 따라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에 맞춰 기준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시중 금리가 오를 경우 외면할 수만도 없다. 미국의 시장 금리 상승으로 우리 시장 금리가 따라 오르고 그 때문에 기준 금리와 시중 금리 사이에 격차가 커질 경우 한국은행이 택할 수 있는 카드는 금리 동결이나 인상밖에 없다. 내부 변화를 통해 주가를 박스권 위로 올려놓긴 힘들 것 같다. 밀어 올리는 힘이 약해지고 있는 반면 누르는 힘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충격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게 신흥국 경제 위기다. 과거 경험이나 지난 10년간 미국과 유럽의 위기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대규모 부채 버블이 만들어질 경우 아무 탈 없이 상황이 정리되긴 힘들다는 걸 알 수 있다. 2000년 이후 신흥국 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났다. 신흥국 경기가 호황을 기록하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부채를 이용해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금은 늘어난 생산시설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외환위기 직전 한국이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빠른 시간 안에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신흥국 중 한두 군데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위기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브릭스(BRICs) 국가조차 위기에 내몰릴 정도로 신흥국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주식시장도 쉽지는 않을 걸로 전망된다. 몇 개 정책 변경이나 이벤트를 가지고 시장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정체돼 있다. 경제 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아직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종합주가지수와 경제성장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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