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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증시 개미가 ‘쪽박’ 차는 이유는요…

등록 2016-01-11 20:35수정 2016-01-11 21:27

한 개인투자자가 휴대전화로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정용일
한 개인투자자가 휴대전화로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정용일
[친풀뉴스] 처참한 개인투자자 성적표
직장인 배아무개(32)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안정지향적인 그가 주식을 시작한 이유는 은행 이자가 너무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서랍니다. 반면 주식시장은 호황이 기대되고 있었습니다. 2014년 말 코스닥시장부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4월이 되자 코스피는 2100, 코스닥은 700선을 넘었습니다. 결국 배씨는 120만원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초보 투자자이지만 ‘소문’에 의존하지 않고 공부해서 투자하고 싶었습니다. 재무제표와 업황,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따져 종목을 골랐습니다. 안정성을 위해 상장지수펀드(ETF)도 샀습니다. 주식 투자 공부모임에도 가입했습니다. 목표 수익률은 연 5% 이상으로 잡고, 10% 이상 이익 혹은 손실이 발생하면 팔겠다는 원칙도 세웠습니다.

그로부터 아홉달이 지난 지금, 배씨는 더 이상 주식계좌를 열어보지 않습니다. 계좌에는 원금의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배씨는 “갑작스러운 부서 이동으로 일이 바빠져 주식을 매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잠깐 방치한 사이 주가가 20% 떨어져 있었다. 이미 손절매 기준을 넘겼지만, 본전 생각이 나서 떨어질수록 팔기가 더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증시에는 흔히 ‘개미’라 부르는 개인투자자가 많이 늘었습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개인들의 거래대금은 2013년 855조원에서 2015년엔 1489조원으로 70% 이상 급증했습니다.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3년 46.3%에서 2015년 53.9%로 껑충 뛰었습니다.

개미 수익률 -34%…외국인 32%

하지만 개미들의 성적표는 처참합니다. 지난해 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0개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33.8%입니다.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34만원가량 손해를 봤다는 겁니다. 반면 외국인은 32.1%였습니다. 기관은 -6.3%입니다.

물론 이는 단순히 순매수한 종목들의 주가 변동만을 따진 것이어서 실제 개개인의 수익률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개미들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왜 개미들은 주식시장에 끼려고 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와 부동산 신화의 몰락입니다. 그렇다고 간접투자 상품에 투자하자니 금융위기 뒤 반토막 난 펀드의 트라우마가 너무 큽니다. 여기에 ‘대박’을 노리는 수요도 많습니다. 지난해 한미약품 주가는 무려 7배로 뛰었습니다. 2009년에 코스피 수익률은 무려 49.7%였습니다. 대박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박’을 기대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기대 수익률은 어느 수준일까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그해의 주가 등락률입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2.4% 올랐습니다. 기준금리 1.5%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최근 10년간(2006~2015년) 코스피 수익률 평균은 6.4%입니다. ‘대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비밀 정보를 몰라서가 아니라

개미가 기관·외국인한테 필패하는 이유는 ‘비밀스러운 정보’를 몰라서가 아니라 재무제표 같은 공개된 정보를 분석할 능력이 떨어져서입니다. 또 기관과 외국인은 전업·장기투자자입니다. 설령 잃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리스크 관리를 함께 합니다.

전업 투자자가 아닌 이상 손절매를 비롯해 최적의 매매 시점을 잡기 어려운 것도 개미의 약점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기관은 자료를 분석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사서 파는 반면, 개인은 ‘오르고 있는 종목’을 추격매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정보 분석·리스크 관리 능력 부족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해본 경험이 있는 주식의 가격이 빠지면 매수한다. 일종의 ‘가치 투자’다. 그런데 지난 2~3년간의 흐름을 보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이익이 증가하는 종목이 오르고 값싼 주식은 더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설명합니다.

김효진 기자
김효진 기자
올해는 지난해 이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전망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유가 하락 등 각종 변수가 많은 올해 시장을 지난해보다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뭅니다.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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