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새해 시작과 함께 주가가 하락했다. 과거에도 1월 한 달간 주가가 10% 가까이 떨어진 적이 있다. 1995년과 2000년, 2008년이 이에 해당하는데 대세 하락이 시작됐던 때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직 그 정도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주가뿐 아니라 유가·환율 등 가격변수 대부분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게 부담이 된다.
주가 하락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0년간 신흥국 기업부채가 3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 모두 과다 부채 때문에 발생한 걸 감안하면, 신흥국이 이렇게 많은 부채를 가지고 올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우려된다.
여기에 중국이 가세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부채 증가율이 20%에 육박하는 등 중국 역시 부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경제의 실력을 감안하면 위기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지만 경제는 또 다른 부분이다. 고도 성장이 끝나고 중간단계 성장으로 넘어오면서 중국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기업실적의 증가세도 계속 둔화되고 있다. 최근에 부동산 가격 하락이 멈추고 소비와 생산이 약간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그동안 중국 정부가 쏟아 부은 정책 규모를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여기에 정책에 대한 불신이 더해졌다. 작년 8월 이후 중국 정부는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 밑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책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주가 흐름으로 사람들은 사회 통제가 강한 중국에서 정부가 할 수 없는 일도 있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는 다시 중국 정부가 앞으로 보다 뚜렷해질 경기 둔화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하는 우려로 발전하고 있다.
선진국 주식시장도 문제다. 2009년부터 주가 상승이 시작됐으니까 대세 상승이 6년간 계속돼 온 셈이 된다. 그리고 작년에 처음으로 옆 걸음질을 했다. 작년 주가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 대세 상승이 끝나고 주가가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해 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면 상황이 답답해진다. 이런 우려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 약세와 맞물려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연초부터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아직 판이 망가진 건 아니다. 그동안 계속돼 왔던 박스권을 깨지 않는 상태에서 하락이 끝날 걸로 전망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박스권을 뚫고 내려갈 정도로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하려면 신흥국에서 실제로 위기가 발생하든지, 선진국 시장이 대세 하락에 접어들어야 한다. 조만간 주가와 유가 등 가격 변수가 안정을 찾으면서 연초의 혼란한 상황이 정리될 걸로 기대된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다우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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