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흐름읽기
연초 이후 계속된 시장 불안이 이제 끝난 걸까? 주가가 강하게 반등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가는 어느 정도 반등하면 다시 매도에 밀려 하락하는 과정이 나올 수 있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마이너스 금리도 그 중 하나다. 돈을 맡길 경우 은행에서 이자를 받기는커녕 보관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인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유동성 공급도 엄청났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받은 돈을 다 소화하지 못해 다시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정도였다. 정책 강도만 놓고 보면 지금이 1930년 대공황 때보다 훨씬 강하다. 당시 미국의 정책 금리는 1.0%로 지금보다 높았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결과는 실망스럽다. 선진국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약해졌지만, 성장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복이 가장 빠른 미국 조차 성장률이 2%대에 그칠 정도다. 신흥국은 문제가 더 심각해 성장률 하락과 함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자산 가격이다. 채권 가격과 주가 모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을 비롯한 몇몇 유럽 선진국의 부동산은 금융위기 이전 가격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도 위기 직후 저점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자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실물 경제와 괴리가 커져 가격이 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선진국들이 새롭게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기만 바라고 있는데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신뢰도 약화가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될 정도다.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당분간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했으면 한다. 주가가 박스권 하단에서 강하게 반등했다는 사실 외에 호재가 될만한 요인을 찾지 못하겠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리는 등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진 못했다.
국내외 주가는 기로점에 섰다. 2014년 10월에 유럽은행이 양적 완화를 시행했다. 비슷한 시점에 일본도 아베노믹스를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이 조치에 힘입어 선진국 주가가 상승했는데, 이제 주가가 유동성 공급이 시행되기 직전 수준까지 내려왔다. 유동성 효과가 사라졌다는 의미가 되는데, 선진국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대세 하락의 신호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유로지역 경제성장률과 유럽주가 추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