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외부 쇼크로 주식시장이 공포에 휩싸인 적이 세 번 있었다. 2001년 9·11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그것이다. 이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네 번째 사례가 되는 셈이다. 이들은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었을까?
우선 9·11테러는 순수하게 정치적 사건이었다. 후속 테러가 없었기 때문에 단발성 재료로 끝났다. 대신 엄청나게 많은 정책적 지원이 있었다. 테러가 나자마자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2년 뒤에는 1.0%까지 인하했다. 70년 만에 최저치였다. 주가는 처음 며칠간 크게 하락한 뒤 곧바로 반등에 들어가 6개월 뒤에는 테러 이전에 비해 70% 이상 올랐다. 사태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고, 테러 발생 이전에 경제가 바닥을 쳤던 게 주효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는 100% 경제적 사건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이 표면화된 10월5일 이후 대형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연달아 드러났다. 결국 한 회사에 2000억 달러가 넘는 구제금융이 투입돼야 할 정도로 사태가 커졌다. 이 모든 일이 석 달 사이에 발생했으니 일이 벌어지는 와중의 공포는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재정과 유동성 공급, 금리 인하가 전방위로 펼쳐졌다. 이에 힘입어 한달 반 만에 주가가 저점을 만들었지만 재상승할 때까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역시 경제와 관련된 사건이었다. 금융위기와 다른 건 강등 이후 상황이 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응도 거의 없었다. 주가는 초기에 한번 하락한 뒤 반년 이상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셋을 비교해 보면 경제적 사건일수록 그리고 상황이 한번에 끝나지 않고 계속 확대될수록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브렉시트는 순수하게 정치적 사건이며 후속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프랑스 등 추가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는 몇 년 뒤에나 현실화될 수 있는 문제다. 과거 예를 보면 이런 경우 주식시장은 단기에 출렁거리긴 해도 대부분 빠른 시간에 안정을 찾았다. 앞으로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는데 브렉시트 이후 특별한 정책이 나오지도 않았고 경제 상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 브렉시트가 발생했을 때 언론과 시장의 반응은 혼란 그 자체였다. 금융위기에 필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얘기부터 조만간 유럽연합(EU)이 붕괴될 거라는 불안감, 그래서 주가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얘기까지 온갖 전망이 난무했다. 이제 초기 반응은 끝났다. 앞으로 경제나 기업실적이 나빠서 시장이 흔들릴 수는 있어도 브렉시트라는 재료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