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엔, 금, 선진국 국채.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들이다. 주식과 신흥국 통화는 대표적인 위험 자산이다. 이론적으로 둘은 반대로 움직여야 하지만, 올해는 특이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올 들어 브라질 헤알화가 16.8% 올랐다. 브라질은 많은 분석 기관에서 투자기피 1순위로 꼽았던 곳이다. 경제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정치적 불안까지 더해져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위험자산의 대표였지만 작년에 50% 넘게 절하된 덕분에 올해는 가장 절상이 많이 됐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연초 이후 신흥국 주가가 3.1% 상승한 반면 선진국 시장은 오히려 하락했다.
안전자산 중에서도 두드러지게 강세를 보인 게 있다. 엔화와 금이 대표적인데 연초 이후 각각 15.5%와 26.6%가 상승했다. 특히 엔화의 강세가 눈에 띄는데 상반기 상승으로 아베노믹스에 의해 3년 동안 하락했던 부분의 절반 정도가 사라져 버렸다.
상반된 성격의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건 유동성이 양극단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은 불안정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적 투자가, 위험 자산은 낮은 가격을 이용한 투기적 수요가 상승의 원동력이었다. 상승 요인은 반대지만 유동성을 끌어들이는 동기는 비슷했다. 불안해 하면서도 그 속에서 수익을 얻으려는 욕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경제 상황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 국내외 경제는 개선되는 것도, 그렇다고 나빠지는 것도 아닌 상태에 머물고 있는데 이런 상황 때문에 평범한 투자보다 모험적인 투자를 택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모두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 국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엔-달러 환율은 100엔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오는 등 가격 부담이 생겼다. 이런 상태에서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려면 경제 상황이 호전돼야 하는데 아직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위험자산도 비슷하다. 이들의 가격이 올랐던 밑바닥에는 미국 금리가 자리잡고 있다. 작년에 금리 인상우려로 위험 자산의 가격이 크게 하락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상 가능성이 줄어 하락의 상당 부분이 메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가격이 올라 새로운 상승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 쉽지 않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주식시장에서도 양극단에 있는 종목의 힘이 약해질 걸로 전망된다. 상반기는 건설, 철강과 바이오 주식 사이에 순환매가 있었다. 하나는 낮은 가격이란 보수적인 재료를, 다른 하나는 성장성을 대가로 고주가의 위험을 감수하는 형태여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주가 상승으로 건설, 철강주의 저가 매력이 사라졌다. 바이오 역시 성장성만으로 주가를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높아져 둘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