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증권

“사양산업은 없다…사양기업이 있을 뿐”

등록 2016-07-11 17:03수정 2016-07-11 18:49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좋은 기업 찾아 주주가 돼
함께 돈 버는 게 가치투자”
빚 적고 20년 넘은 기업 선호
꾸준한 배당, 경영진 윤리 잣대
한번 투자하면 최소 3~5년 보유
4~5달에 한 번씩은 업체 탐방

“원칙 지키면 개인도 할 수 있어
5년 연속 배당, 업력 긴 업체 권장”

신영자산운용 이상진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신영의 가치투자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영자산운용 이상진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가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신영의 가치투자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저금리와 저성장, 선진국까지 아우르는 불안한 대외 경제상황에 돈을 굴릴 곳이 없다는 투자자들의 하소연이다. 저금리에 은행이자를 받는 것이 탐탁지 않지만, 그렇다고 주식투자에 뛰어들기에는 리스크 때문에 망설여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교적 초연하게 투자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자신이 고른 ‘좋은 기업’은 시장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리라 믿고 있는 ‘가치투자자’들이다. 투자대안을 찾기 어려운 지금 <한겨레>가 시장에서 오랜기간 인정받아 온 가치투자자들을 만났다.

“세상에 사양산업은 없습니다. 사양기업만 있죠.”

지난 6일 여의도 신영자산운용 집무실에서 만난 이상진(61) 신영자산운용 대표의 말은 가치투자의 본질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1996년 회사 창립 때부터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를 표방해 온 신영자산운용의 초기 멤버 중 한명이다. 가치투자는 기본적으로 가치가 낮게 평가된 주식을 사들여 제 가치를 평가받을 때 팔아 수익을 얻는 투자방법이다. 가치 평가 방법과 ‘싼 주식’의 기준 등이 투자자마자 다르기 때문에, 넓은 의미로 보면 거의 모든 투자가 가치투자일 수 있다. 다만 가치투자는 기업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순간적 가격 등락을 통해 수익을 내고자 하는 단타매매와는 배치된다.

가치투자에서는 향후 기업가치가 상승할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뜨는 업종’ ‘지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좋은 개별 기업을 골라내는 데 힘을 쏟는다. 이 대표는 “주가는 신도 맞출 수 없다고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주가를 맞추는 게 아니라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이다. 그 회사의 주주가 돼 배당도 받고 기업과 함께 돈을 벌며 ‘무임승차’하는 게 가치투자”라고 설명했다.

‘좋은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가치투자자마다 다르다. 이 대표는 기업선정 면에서 신영자산운용을 “보수적 투자자”라고 평가한다. 우선 재무적으로 부채에 엄격하다. 이 대표는 “빚이 적은 기업을 선호한다. 당장 청산하더라도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이 있어야 한다. 구제금융기(IMF)가 다시 와도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은 부도가 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자산가치를 고려함은 물론이다. 이 대표는 “코스피시장 전체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정도인데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 평균은 0.5~0.7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 부침을 여러 번 겪고도 살아남은” 업력이 20년 이상된 기업을 선호한다.

배당도 특별히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에는 저금리 탓에 대부분 투자자가 배당수익률에 관심을 보이지만, 신영은 이미 2003년부터 배당에 특화된 펀드를 운영했다. 꾸준한 배당이 경영진의 윤리성을 판단하는 잣대 중 하나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배당은 경영진의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다. 이 책임을 다 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주주를 속일 염려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좋은 기업을 선정하면 최소한 3~5년은 지켜본다. 이 대표는 이를 “잠복근무”라고 표현했다. 가치 대비 제값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한 번 사놓고 3년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매출과 이익 등 재무 점검을 꾸준히 하고 적어도 4~5달에 한 번씩은 업체에 탐방을 나가 ‘사람’을 본다. 그 사이 회사의 인력이 교체됐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관찰해 초기 판단을 재점검한다. 펀드당 120개 정도 종목에 투자 중이고 펀드매니저 수가 28명임을 감안하면 탐방만으로도 연중 눈코뜰 새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가치투자자 대부분이 장기투자를 표방하지만 이 둘이 꼭 함께 갈 필요는 없다. 가치투자자도 들고 있는 주식이 단기에 급격하게 값이 오르면 팔아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예를 들어 한 달만에 100%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잠깐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무의미하다.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것은 실패 확률 또한 높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 또한 실패할 수 있는 보통 사람임을 인정하고 ‘잃지 않는 투자’를 표방한다”고 말했다.

보수적 투자를 지향하며 수익률 또한 금리의 2~3배 수준으로 잡고 시작했지만, 실제 수익률은 예상보다 좋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02년에 설정된 신영마라톤펀드의 누적수익률은 434%, 2003년에 설정된 밸류고배당펀드의 누적수익률은 570%에 달한다. 2009~2011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은 탓에 다른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했지만, 자금 이탈은 크지 않았고 이후 다시 수익률 상위권으로 돌아오자 배당주 펀드를 중심으로 다시 자금이 몰려왔다. 현재(7월7일 기준) 신영자산운용에서 가장 규모가 큰 펀드인 밸류고배당자(주식)C형 운용순자산은 3조153억원이다. 순자산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중 신영 펀드 비중은 14%나 된다. 다만 대표펀드인 밸류고배당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0.45%로 목표수익률을 밑돌고 있다. 이 대표는 “2분기에 투자 중인 산업재 주가흐름이 좋지 않아 수익률이 낮게 나왔다. 하지만 기업 기초체력은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신영은 장기투자를 표방하는 만큼 적어도 3년(27.81%) 수익률을 봐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원칙을 지킨다면 개인도 직접 가치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5년 연속 배당을 한 기업, 업력이 긴 업체를 고르면 안정적일 것”이란다. 이 대표는 “간접투자(펀드)를 원한다면 수천개의 펀드 중 하나를 고르는 식의 접근보다, 철학에 맞는 운용사를 선택하거나, 업계에 20명도 안 되는 ‘일 잘 하는’ 펀드매니저에 대해 철저히 공부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매주 한 건 ‘유상증자 폭탄’…“이래서 한국 증시를 떠난다” 1.

매주 한 건 ‘유상증자 폭탄’…“이래서 한국 증시를 떠난다”

LNG선 인도가 살린 수출…가까스로 14개월 연속 증가 2.

LNG선 인도가 살린 수출…가까스로 14개월 연속 증가

따로 가는 한국과 미국 금리 3.

따로 가는 한국과 미국 금리

LG화학, 나주공장 알코올 생산라인 가동 중단 4.

LG화학, 나주공장 알코올 생산라인 가동 중단

대기업 해외 진출의 ’두 얼굴’…RE100으로 포장, 속뜻은 조세 회피? 5.

대기업 해외 진출의 ’두 얼굴’…RE100으로 포장, 속뜻은 조세 회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