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파생결합증권(DLS) 발행금액은 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였다. 디엘에스의 기초자산이 되는 원유 가격이 올초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미끄러졌다가 상반기 한때 50달러 안팎까지 상승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올 상반기 디엘에스 발행금액은 14조2619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0조4088억원) 대비 37% 늘었다. 다만 전년 동기(13조8062억원) 기준으로는 3.3% 늘어난 것이다.
앞서 디엘에스 발행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발행액이 크게 줄었다. 수익실현을 위한 디엘에스 상환이 감소하면서 재투자가 원활하게 일어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올해는 국제 유가가 연초에 바닥을 쳤다는 판단에 따라 상반기에 상환과 재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디엘에스는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구조는 비슷하지만 기초자산의 범위가 금리, 환율, 원자재, 신용(기업의 부도위험·특정 채권의 지급불능 발생 가능성) 등으로 확장된 상품이다. 이엘에스와 마찬가지로 기초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기초자산·상품구조가 복잡해 개인보다는 기관 투자가 많다. 올 상반기 발행금액 기준 공모 디엘에스의 비중은 16.4%에 불과하다.
예탁원은 올 상반기 디엘에스 발행·상환이 나란히 늘어난 이유로 기초자산인 상품가격 상승을 꼽았다. 올 들어 유가 상승으로 조기·만기 상환이 늘었고, 투자자들이 향후에도 유가 상승을 전망해 상환금액이 재투자 돼 발행금액도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 글로벌 경제 환경은 브렉시트 악재를 비롯한 여러 위험 요인이 뒤얽혀 유가 상승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상반기 유가는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 감축 합의 기대, 나이지리아 무장단체의 생산시설 공격 등 공급차질 변수로 상승한 면이 크다. 삼성증권은 지난 1일 보고서에서 “일시적 생산 차질이 6~7월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브렉시트 영향으로 거시(매크로) 변수도 우호적이지 않아 국제유가가 올해 말까지 배럴당 50달러를 추세적으로 상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게다가 브렉시트가 촉발한 글로벌 경기 불안은 유가 상승에 양면적 영향을 끼친다. 미국 금리인상을 지연시켜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는 것은 유가상승에 호재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는 결과적으로 원유 수요 회복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다만 유가 급등락 가운데 디엘에스의 기초자산에서 유가의 비중이 줄어들고, 금리·환율·신용 등 다른 요소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하반기 유가의 등락 자체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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