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주말 잭슨홀 연설에서 올해 안 금리인상을 시사한 여파로 한국 시장에선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원화 약세) 등 경계감이 뚜렷해졌다. 전문가들은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까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데는 동의했지만, 코스피 하락의 강도와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26일)보다 5.15(0.25%) 하락한 2032.35로 거래를 마쳤다. 낙폭이 크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시작된 하락세가 지난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선 전 거래일보다 2만8000원(1.74%) 올라 164만원에 거래를 마친 삼성전자를 비롯해 일부 정보통신(IT) 종목들이 지수 추가 하락을 막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외국인도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844억원어치를 오히려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코스피보다 낙폭이 커서 전 거래일보다 16.85(2.48%) 하락한 663.5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시장에선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 등 대형주들이 지수 추가 하락을 막은 반면, 실적보다 성장성에 기반을 두는 코스닥은 연내 금리인상에 무게를 실은 미 연준 분위기에 더 큰 하락 압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3원 오른 11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 금리도 일제히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31%포인트 오른 1.272%에 거래를 마쳤다. 5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0.031%포인트,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도 0.022%포인트 올랐다.
미 금리인상 우려가 재부각 됐는데도 이날 시황이 급변하진 않은 데 대해,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잭슨홀 회의 전후로 나온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시장에서 ‘연내 1번, 12월 금리인상이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연내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던 만큼 기존보단 매파적이지만, 시장 해석이 아직 ‘9월 금리인상, 혹은 연내 2차례 금리인상’까지 나아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까지 한국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단 잭슨홀 회의를 앞둔 지난주에 경계심리만으로 외국인 자금이 일찌감치 순매도로 전환한 것과 지난해 12월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섰을 때 외국인 자금이 무더기로 이탈한 것을 들어, 이번에도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 약세, 글로벌 유동성 이탈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 쏠림 현상의 부작용이 코스피 전반의 상승 동력 약화로 이어졌고 이제 연기금,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을 제외하고는 수급 개선을 기댈 데가 없다는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라고 짚었다.
반면 지난해 말 미국이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섰을 때와 현재의 국제경제·코스피 상황은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리인상론이 대두될 정도로 미국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기대가 작용하고, 코스피 내부적으로는 3분기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도 크다는 것이다. 또 브렉시트 가결(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대응을 위해 각 국이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을 펼 여지가 있어 경기부양 기대감도 상당하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 대선 뒤 재정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달러 강세가 제한될 것”이라며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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