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지각공시로 혼란 빚기 전
호재도 발생 다음날 폐장뒤 공시
주가 공시직전 급등세 ‘이상기류’
미공개정보 유출 위험 키워 논란
타사들 당일·다음날 개장전 공시
한미와 공시 속도 큰차이 드러내
호재도 발생 다음날 폐장뒤 공시
주가 공시직전 급등세 ‘이상기류’
미공개정보 유출 위험 키워 논란
타사들 당일·다음날 개장전 공시
한미와 공시 속도 큰차이 드러내
한미약품이 주가에 대형 악재인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해지’를 발생 다음날 장중에 공시해 큰 혼란을 빚은 것과 달리 다른 상장사들은 발생 당일에 신속하게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대형 호재인 기술수출 계약도 ‘늑장 공시’를 한 사례가 최근 1년간만 세 차례로 확인됐다.
12일 한국거래소 공시시스템(KIND)의 ‘기술 도입·이전·제휴’ 항목을 보면, 최근 3년간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낸 상장회사는 한미약품 외에 3곳이다. 합성신약 연구업체인 레고켐바이오는 2014년 4월30일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항생제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자 당일 오후 공시로 이런 사실을 시장에 알렸다. 동아제약에서 분사한 신약 개발업체 메지온도 다국적 제약사 액타비스와 맺은 기술수출 계약이 중도에 해지되자 당일(2015년 3월31일) 장 마감 직후에 공시를 내보냈다. 반도체 칩 유통업체 에이디칩스 역시 미국 아메릭스 그룹과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의 일부 해지 사실을 당일에 공시했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지난달 29일 저녁에 받는 바람에 다음날 장중에 공시를 내게 됐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다른 상장사들의 전례에 비춰 볼 때 적어도 다음날 오전 9시 개장 전까지는 공시를 내보냈어야 했다. 이날 한국거래소가 심상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30일 오전 8시30분에 거래소를 찾은 한미약품 공시 담당자는 ‘9시 전에 공시하고 필요하면 사후 정정하라’는 거래소의 5~6차례 재촉에도 시간을 끌며 공시를 지연했다. ‘늑장 공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구나 한미약품은 최근 1년간 주가에 대형 호재인 기술수출 계약체결 사실을 네 차례 공시했는데, 한 차례만 발생 당일에 공시했을 뿐 세 차례는 뒤늦게 공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8일 제넨텍과의 계약뿐 아니라 지난해 11월 미국 얀센, 중국 자이랩과의 계약도 체결한 날로부터 다음 거래일 장 마감 뒤에야 공시했다. 반면 최근 6개월간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상장사는 한미약품 이외에 8곳인데, 4곳은 계약체결 당일에 공시를 했고, 나머지 4곳은 다음날 개장 전까지는 공시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공시는 지연될수록 미공개정보가 흘러나가 불공정 거래를 초래할 위험이 커진다. 한미약품은 대형 호재가 될 만한 계약 공시 전후로 주가 흐름에 이상 기류가 나타난 적이 있다. 지난해 11월 얀센과 계약 체결 사실이 공시되기 직전 한미약품 주가는 15.9% 폭등했다. 공시 다음날엔 되레 4.9% 빠졌다. ‘계약 체결→주가 급등→계약 공시→주가 하락’의 패턴은 같은달 자이랩과의 계약 공시 전후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복됐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기술수출 계약은 자율공시 사안으로 규정을 지켜 장 마감 뒤 공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얀센·자이랩과의 계약건 둘다 금요일에 체결된 계약을 월요일 장 마감 뒤에야 공시했다는 점에서 미공개정보 유출 위험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해 3월 미 제약사 일라이릴리와의 수출계약과 관련해 내부 연구원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미공개정보를 유출했다가 실형을 받는 사건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해지를 공시하면서 ‘정정’이라는 제목을 달았던 것도 문제로 꼽힌다. 정정 사유도 중도해지가 아니라 ‘계약종료’라고 적은 탓에 투자자들은 공시 본문을 읽어봐야만 ‘계약해지’라는 정보의 실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래소 공시 관계자는 “별도로 공시하던 기술이전 계약 취소를 정정공시 유형에 넣도록 최근 규정이 완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정 공시는 수치 등 단순 오기를 바로잡을 때 많이 사용한다. 계약 파기와 같은 중대 사안의 변경을 알리기엔 부적절한 공시 형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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