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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트럼프 효과? 미 금융시장만 ‘날개’

등록 2016-11-15 22:13

규제 완화·금리인상 기대감에
미 다우존스 사상최고치 경신
달러 강세에 국채 금리도 상승

코스피 등 신흥국 증시는 부진
‘안전자산’ 엔화·금값도 무기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 공약은 모순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시장은 트럼프의 공약을 최대한 시장 친화적으로 해석해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단 미국 경제는 좋아진다’는 쪽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 뒤 미국 증시는 단 하루의 충격도 겪지 않고 상승했다. 다우존스지수는 미국 대선일인 지난 8일 대비 14일까지 2.9% 올랐고, 14일엔 18868.69로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고쳐 썼다. 에스앤피(S&P)500지수도 같은 기간 1.15% 올랐다. 업종별로 보면 트럼프의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과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로 금융주의 상승폭이 컸다. 하지만 증시의 전반적 상승세는 트럼프의 재정투자와 감세 기조가 미국 기업 이익을 증대시키고 미국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등 신흥국 증시는 지지부진하다. 미국 기업 이익이 늘고 미국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를 비롯한 ‘미국 우선주의’ 탓에 신흥국 경제에는 동반 성장 효과가 없으리라는 예상 탓이다. 우리 코스피지수는 15일 전날보다 6.87(0.35%) 떨어진 1967.53으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 8일 대비 1.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3.1%나 상승(원화 약세)해 1170원대로 올라섰다. 외국인은 이 기간 코스피시장에서 1조156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약세가 주식 매도를 부르고, 주식 매도가 다시 원화 약세를 부르는 형국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폐기 위협에 직면한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8일 이후 달러 대비 13% 가까이 절하됐다.

달러는 강세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지난 8일 대비 2.3% 오르며 14일 100을 넘어섰다. 또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8일 1.87%에서 14일 2.3%까지 급등(채권값은 급락)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 속도다. 트럼프의 재정지출 확대 정책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을 뜻하는 이른바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 영향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리라는 예측 때문이다.

통상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지고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역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가치와 금값을 살펴보게 되지만,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3.1%, 국제 금값은 4.1% 하락했다. 안전자산 선호로서 달러 강세가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위험자산 선호’라면 위험자산인 신흥국 증시에 돈이 들어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 현상은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이 극대화된 ‘미국 위주의 위험자산 선호’에 더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블룸버그>는 14일 골드만삭스가 트럼프 정책을 통한 인플레이션(트럼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성장 없는 물가 상승, 즉 ‘스태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감세와 투자는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지만, 보호무역과 이민 관련 규제 강화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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