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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감세·보호무역’ 트럼프는 ‘레이건의 귀환’일까

등록 2016-12-13 18:53수정 2016-12-13 22:07

공화당 대통령으로 선거 슬로건 판박이
당선 뒤 금리 오름세·달러 강세도 비슷
금리환경과 달러강세 지속성 관측은 분분
트럼프 1조달러 인프라투자 공약했지만
침체기 ‘큰정부 지향’이냐 여전히 모호
정책의 정체성 관련 혼란스런 신호 많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내세운 ‘감세’와 ‘보호무역’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1981~1988년)의 정책 슬로건과 닮은꼴이다. 또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 급등과 달러 강세는 레이건 취임 시점에도 나타난 바 있어 ‘레이거노믹스의 귀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두 시대의 경제 환경에 큰 차이가 있는데다, 트럼프 정책의 정체성이 여전히 불분명해 ‘트럼프는 레이건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최근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은 ‘레이건 시대와의 교감’이라는 연속 리포트를 통해 트럼프와 레이건 정책의 유사점을 제시했다. 반면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레이건과 트럼프의 차이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두 정부가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짚었다. 두 시대의 유사점과 차이점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실을지 시장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학균 부장은 1980년대를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라는 신자유주의 정부의 밀월이 이뤄진 시기로 평가하면서, “올해 브렉시트 가결(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과 트럼프 당선으로 당시와 비슷한 조합이 이뤄졌다”고 짚었다. 최근 트럼프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 ‘레이건-대처’와 같은 긴밀한 관계를 되살리자고 제안했다.

레이건은 감세가 성장을 촉진해 더 많은 세수를 거둘 수 있다는 아서 래퍼 교수의 이론을 앞세워 감세와 규제 완화를 밀어붙였다. 김 부장은 “대규모 감세와 금융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는 레이건의 재림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감세를 주장하는 동시에 2008년 금융위기 뒤 도입된 광범위한 금융규제인 도드-프랭크법의 폐지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수정 연구원은 “트럼프와 메이 둘 다 작은 정부가 아닌 재정지출 확대를 꾀한다는 점에서 레이건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는 1조달러 규모의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해 김 부장은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공약이 상당 부분 민간자본을 활용할 계획이라는 점을 들어, 트럼프 시대를 ‘큰 정부 지향’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보았다.

트럼프 당선 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시장금리와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한 달러 강세에 대한 해석과 관측도 엇갈린다.

레이건 취임 뒤 가파르게 이어진 금리 상승 흐름은 집권2기 첫해인 1985년까지 지속됐고, 이후 내림세로 전환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폴 볼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린 결과였다. 김 부장은 “당시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지금은 트럼프의 정책이 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지금은 최저 금리 수준이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경기 회복을 위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려는 반대 상황”이라면서, 금리 환경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달러 강세의 지속성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이 연구원은 “최근의 달러 강세는 트럼프 4년 임기에 대한 기대를 즉각 반영한 수준으로, 막연한 달러 강세는 지속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 부장은 “통화정책이나 경기 지표를 봐도 달러 강세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레이건은 1985년 일본과 독일의 통화가치를 절상시켜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플라자 합의’를 주도했다. 집권 전반기 달러 강세 탓에 무역적자가 커졌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레이건은 1988년 한국과 대만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트럼프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위안화 가치를 절상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최근 중국의 환율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논쟁의 배경에는 트럼프의 정체성이 여전히 모호하고 두 시대의 경제 환경이 동떨어져 있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저물가와 경기침체기에는 재정지출로 수요를 자극해 성장을 끌어내는 케인스식 처방이 거론되는데, 공화당 대통령인 트럼프가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하려는지 해석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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