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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슈퍼달러가 다우 2만 시대 연다

등록 2016-12-21 17:24수정 2016-12-21 22:15

미 경기확장 영향 달러화지수 14년만에 최고 수준
채권에서 주식으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자금 이동
미국의 ‘슈퍼달러’가 다우지수 2만포인트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달러 금리 급등으로 채권 강세의 시대가 저물고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전환기적 흐름이 미국 증시를 밀어 올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지수는 19974.62로 마감하며 나스닥 지수와 함께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특히 금융업종 비중이 높은 다우지수는 장중 19987.63으로 2만선 턱밑까지 올라 월가를 흥분시켰다. 지난 11월8일 미 대선 이후 다우지수는 8.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1%, 나스닥지수는 5.6% 각각 뛰어올랐다.

미국 증시 신기록 행진의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상향했다. 미국 12월 제조업지수(PMI)는 54.2로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 경기확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감세와 인프라 투자로 대표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슈퍼 달러’로 나타났다. 이날 미국 달러화지수는 103.29로 2002년 12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화는 물론 엔화와 위안화 등 주요 기축통화들이 달러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미국과 달리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슈퍼 달러를 띄우고 있다. 위안화는 시중 유동성 악화와 자본이탈 우려로 고시 환율이 계속 절하되고 있다.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1130달러대로 추락했다. 감산 합의에 힘입은 국제유가만 배럴당 50달러대 위에서 버티고 있지만, 추가 상승 동력은 제한적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지면서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는 일제히 올랐다. 10년 만기 국채는 대선 직전 1.855%에서 2.558%로 급등했다.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채권 매도를 부추겼다. 미 국채 최대보유국이었던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해 국채를 내다 판 것도 시장금리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 국채금리 급등은 세계 시장금리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이어져 글로벌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대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달러 강세는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이다. 신흥국의 자본유출입에 급격한 변동이 나타나면 통화가치도 동반 하락해 경제의 불안 요인이 된다. 게다가 트럼프 취임 뒤 보호무역주의가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경우 교역 축소로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 경기의 회복이 세계경제의 선순환으로 돌아오고 원자재 가격이 예전처럼 급락세를 보이지 않아 신흥국 증시도 상승 흐름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 증시는 트럼프 당선 이후 제자리 걸음을 했지만 같은 기간 5%가량 하락한 신흥국 전반에 견줘 상대적으로 선방한 편이었다. 11월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은 다른 신흥국과 달리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신흥국 증시가 본격 반등할 수 있는 시점은 ‘슈퍼 달러’ 추세가 주춤하면서 안정화에 들어가는 시점으로 보인다”면서 “한국 수출이 2년 만에 2개월 연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국내 증시에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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