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에 위안화 고시환율 절상 겹쳐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20.1원 급락한 달러당 1186.3원으로 마감했다. 종가기준으로 지난달 23일 1200원대로 처음 올라선 뒤 9거래일 만에 밑으로 내려선 셈이다. 중국의 위안화 고시환율도 이날 큰폭으로 절상됐다.
이날 환율 낙폭은 지난해 6월7일(20.9원)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는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한국시각으로 5일 새벽 공개됐는데, ‘긴축 선호’가 시장의 예상보다 약했다는 평가가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외환시장이 열리기에 앞서 역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1개월물)은 1196.30원으로 하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12월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금리를 결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의사록을 보면 연준 위원들은 트럼프의 재정지출 확대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은 실업률을 더 낮출 필요가 있으며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장에선 예상보다 연준이 덜 ‘매파적(긴축 선호)’이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점진적일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달러인덱스가 0.73% 하락하는 등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와 엔화에 견줘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10시15분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거래의 기준이 되는 환율을 전날 달러당 6.9526위안에서 0.31% 내린 6.9307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날 위안화 절상폭은 지난달 6일(0.43%) 이후 최대다. 연초 급격한 외환유출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위안화 환율 방향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한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 절상이 고시된 이후 낙폭을 키웠다. 안기태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위안화 절상은 중국이 소규모 통화 긴축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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