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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증권

오너 일가 이익 먼저 챙기는 ‘한국형’ 기업은 이제 그만

등록 2017-01-19 16:35수정 2017-01-19 21:28

한국 첫 행동주의 헤지펀드 내놓은
라임자산운용 원종준 대표 인터뷰
“기업 이익이 ‘오너’가 아닌
다수 주주에게 돌아가길 바라며
‘데모크라시’ 펀드 이름 붙여”

‘장하성 펀드’와 달리 국내 자본
주주환원 요구 높아지는 현실 반영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라임자산운용 제공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라임자산운용 제공

“혁신이 나오려면 사회정의 구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갈림길을 지나면 부패가 없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높게 나온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우리가 지금 그 변곡점에 있다고 봅니다.”

시민단체의 주장이 아니다. 수익률이 지상과제인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원종준(38)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지난해 11월 행동주의 헤지펀드 ‘라임 데모크라시’를 선보였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란 기업의 일정 지분을 확보한 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쓰는 사모펀드를 말한다. 라임 데모크라시는 한국에선 처음으로 나온 ‘1호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데모크라시(민주주의)라는 펀드 이름은 ‘대주주 오너’라는 소수가 기업 이익을 독점할 게 아니라 다수 주주에게 이익을 분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해 2015년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로 출범했다. 현재 수탁고 5000억원 규모로 대형사는 아니지만, 1호 펀드인 ‘라임 모히또’가 2015년 말 선보인 뒤 최근까지 12%가량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지난해 주목받는 운용사 대열에 올랐다.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운용사가 행동주의 펀드를 내놓는 모험을 택한 이유에 대해 원 대표는 “지금은 행동주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는 시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주주의 주주환원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저성장 탓에 더는 시세차익만 보고 한국 주식에 투자하기 어렵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동참할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회계장부 열람은 지분율 0.1%, 주주제안은 지분율 0.5%로도 가능하다. 배당 외에도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오너 개인회사를 통해 원자재를 사들이는 등 비효율적인 경영방식에 대해 지적하는 식으로 주주들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50대 그룹 대주주의 보유 주식 승계율이 평균 32.7%에 그친다고 짚으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강화될 때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업에 무리한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등 ‘기업사냥꾼’으로 흔히 인식된다. 하지만 원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가 닌텐도 경영에 장기간 관여하며 ‘포켓몬고’ 출시까지 이끈 사례를 들며,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행동주의와 지배구조 개선을 동시에 표방하고 있다. (시장을 통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추구했던) ‘장하성 펀드’의 전략을 배우려 당시 리서치 담당자를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라임 데모크라시는 아직 소규모 내부 자금(6억원가량)으로 운용 중인 상황이다. 원 대표는 “펀드를 연말에 출시해 기관들의 자금 집행이 없었다. 연초 들어서 대형 증권사 등 관심 보이는 곳이 많다.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 우선 수익률을 끌어올려 투자자의 관심을 끌려 한다. 적극적 행동주의 전략 추구는 그다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는 기업·사회·지배구조(ESG) 투자와도 연계될 수 있도록 펀드를 꾸려나가고자 한다”며 “연말이나 내년 초쯤엔 우리 펀드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공모펀드를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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