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 희생 발판 올들어 주가 34% 치솟아
외국인·개미 쌍끌이 1만6천고지 진격
“병상 벗어나자마자 질주” 거품 재연 경계론도
일본 증시가 ‘가마솥’을 방불케 한다. 닛케이평균주가는 단기 급상승에 대한 경계감으로 6일 100엔 이상 떨어져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지만, ‘사자’ 열기는 좀체로 수그러들지 않는다. 일본경제의 부활을 알리는 전령인 주가가 내년에는 2만엔 대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장기불황으로 인한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황금의 10년’이 기다리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반면, 증시 과열과 거품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불붙은 증시=닛케이평균은 지난 1일 1만5천대를 단숨에 뛰어넘어 1만6천 고지를 향해 진격 중이다. 거품붕괴 뒤 최저치였던 2003년 4월 7607의 2배다. 닛케이평균이 1만5천선을 회복한 것은 5년만이다. 올해 상승률이 34%에 이른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에서 지난 8월 일본 경기가 조정국면을 벗어났다고 발표한 이후 넉달 동안 29%나 올랐다. 이 기간 뉴욕증시와 런던증시의 주가 상승률이 각각 2.7%, 3.7%에 그친 것과 비교해보면 도쿄증시의 폭등세를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은 이 기간 18.98% 올랐다. 주가 상승으로 도쿄증시 1부의 시가총액 또한 5일 504조엔으로 늘어났다. 500조엔 돌파는 1990년 7월 이후 15년5개월만이다. 거품경기가 한창이던 89년말 591조엔의 85% 수준까지 회복됐다. 매매대금도 3조7731억엔으로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거래량은 이미 지난달 8일 45억5천여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증시의 기록행진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외국인 투자자와 개미군단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는 지난달까지 9조엔을 넘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일본주 사들이기는 2003년 5월부터 본격 시작된 뒤 지난 8월부터 다시 가속도가 붙었다. 인터넷 거래의 활성화로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도 크게 늘었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89년 29.4%에서 올해 39.4%로 늘어났다. 지난 4~9월 인터넷 주식거래액은 93조엔으로, 개인 거래의 80%를 차지했다.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최대 유인 요소는 일본 기업들의 실적 호조다. 도쿄증시 1부에 상장된 1214개 기업은 지난 9월 중간결산에 이어 내년 3월 결산에서도 경상이익이 3년 연속 최고치를 갱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기업들의 경상이익은 2002년부터 계속 증가해 지난해에는 26조엔에 이르렀다. 거품기인 90년의 1.37배다. 부실채권 처리에 성공한 대형 은행들도 이번에 1조7천여억엔에 이르는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 7년 이상 끌어온 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서 벗어나고, 설비투자 가속과 내수 주도로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했다. 고조되는 거품 경계론=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급등이 탄탄한 기업실적으로 바탕으로 한 만큼 과거의 거품기와는 다르다는 인식을 보인다. 주가가 여전히 89년 최고치의 40%에 머물고 있고, 주가수익률도 당시의 70배보다 훨씬 낮은 21배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일 뿐인데 주가만 ‘질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오쿠다 히로시 니혼게이단렌 회장은 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전체가 거품과 같은 분위기”라며 “주가가 매일 오르다 보니 심리적으로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초조감이 생기고, ‘사자’가 ‘사자’를 부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이 돈벌이만 목표로 하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며 “다시는 거품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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