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날라다니는데 주식은 왜 이럴까?
상승 기간이 달라서 그렇다. 주식은 금융위기 직후부터 오른 반면 수도권 집값은 2014년에야 상승을 시작했다. 기간이 짧은 만큼 에너지도 큰 것이다. 상승률도 차이가 난다. 금융위기 이전 종합주가지수 최고점은 2050이었다. 2011년에 2200으로 높아졌고, 올 초 또 한번의 경신을 통해 고점이 2600이 됐다. 서울 집값은 재작년 말에야 2010년에 기록했던 고점을 넘었다. 재건축이라는 새로운 재료도 있다. 과거에도 재건축을 재료로 집값이 오른 적이 있지만 집단적으로 움직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재료든 가격에 처음 반영될 때 가장 강한 반응을 일으키는데 서울의 집값이 그 경우에 해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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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년 동안 ‘집값 상승과 주가 하락’이 동시에 일어난 경우가 두 번 있었다. 1990년과 2003년이 그 경우였는데 1990년은 부동산 하락을 통해, 2003년은 주가 상승을 통해 이후 방향이 같아졌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1990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둘의 방향이 같아질 가능성이 크다. 둘을 움직이는 동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기가 정점을 지난 것 같다. 과거 평균적인 수축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에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태다. 장기 흐름도 좋지 않다. 우리 경제의 성숙도가 높아지면서 경제구조가 저성장 형태로 바뀌었다. 앞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3%대 중반의 성장을 보기 힘들 것이다. 저금리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장 전망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 미국 기준금리가 3%가 된다. 금리가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는 건데 저금리에 익숙한 시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소득 증가도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2011년 이후 우리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 상승률이 1%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갑자기 소득이 늘어날 요인도 없다.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들이 모두 나쁘거나 나빠지고 있는 상태에서 가격이 계속 오르기는 힘들다.
주식과 부동산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동력이 같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선후관계 정도다. 주식은 작은 돈으로 움직일 수 있어 먼저 오르는 반면 부동산은 덩치가 커 뒤에 오른다. 이미 주가는 고점을 넘은 상태다. 지금 주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부동산에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가격도 부담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집값이 높다고 느낄 정도인데 어떤 재료도 높은 가격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1990년에 일본 사람들은 30년 뒤에 자신들의 집값이 1/3 토막이 될 거라고 상상이나 해 봤을까? 일본이 없어질 때까지 1990년에 기록했던 집값을 회복할 수 있을까?’
세상에 영원한 가격은 없다. 부동산에 대한 믿음이 판을 치는 지금 한번은 생각해 볼 부분들이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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