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과 달리 추석에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다.
1990년, 그 해는 10월3일이 추석이었다. 그날 독일이 통일됐다. 추석 전에 담보부족계좌 일괄 정리로 매도물량이 줄어든 데다 독일 통일까지 가세하면서 주가가 상승했다. 연휴 직전 602였던 종합주가지수가 추석 이후 3주 가까운 상승을 통해 796까지 30% 넘게 올랐다.
1998년은 더 인상적이다. 외환위기 여파로 주가는 1년 가까이 300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지표는 원/달러, 엔/달러 같은 환율 지표였다. 외환위기 직후였다는 걸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추석 연휴 때 달러당 136엔이던 엔화가 갑자기 105엔으로 떨어졌다. 연말에 200엔까지 오를 거란 전망이 힘을 잃으면서 투자자들이 반대쪽으로 돌아선 때문인데 주식시장이 요동을 쳤다. 연휴 직전 310 정도였던 주가가 8개월 만에 1050까지 올랐는데 추석 연휴가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료가 북미 관계 개선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이고 미국의 중간선거가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므로 새로운 재료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금리를 포함한 금융정책이다. 9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에 열린다. 지난 6월에 금리를 인상했을 때 주식시장은 예상과 달리 한 달 넘게 하락했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시장에 부담되는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인데 이번에도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비슷하다. 행정부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져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이 경기 둔화기여서 금리 인상은 시장에 부담될 수 밖에 없다.
선진국 주식시장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독일 주식시장이 연초 고점 이후 12% 가까이 떨어졌다. 우리와 비슷한 하락률이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의 주가가 한풀 꺾인 게 분명하다. 상승으로 돌아서기도 쉽지 않다. 경기가 조정국면에 들어간 데다 양적 완화를 끝내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선진국 시장이 변곡점을 맞는다면 그 시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직후인 연휴 끝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연휴 때 주가를 움직이는 힘이 실제보다 세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장이 닫혀 대응하지 못하는 동안 매매 심리가 한쪽 방향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면 긍정보다 부정적인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높아지면서 호재의 영향력이 떨어진 반면 악재의 영향력은 커졌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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